[스페셜1]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7] - 백운학 감독의 <튜브>
2001-08-03
글 : 이영진
사진 : 이혜정
지하철 타고 스피드 속으로

심오한 예술혼도 아니요, 기가 막힌 상상력도 아니다. 백운학(37) 감독의 ‘욕심’은 다른 데 있다. 그는 첫 작품 <튜브>(가제)가 그저 “신나는 오락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바뀌었을 뿐, 한국판 <스피드>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전반부는 지하철을 탈취한 뒤 인질극을 벌이는 테러리스트와 그를 잡기 위해 나서는 형사의 대결이, 후반부는 적을 제압했으나 이번엔 멈추지 않는 지하철을 세우기 위해 고투하는 형사의 활약이 주를 이룬다. 감독은 뒤에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이 “저거 완전히 베낀 거잖아”라고 욕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관람하는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을 만끽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튜브>는 이처럼 “할리우드의 도식과 컨벤션을 충실하게 따르기로 작심한 영화”이다.

시나리오가 나온 때가 1년 전이지만, 캐스팅 때문에 <튜브>는 프로덕션 일정이 많이 늦추어졌다. 그때만 하더라도 주인공은 여자 형사였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캐스팅을 진행하던 차에 그는 한석규가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설정을 바꾸는 게 어떨까 하는 프로듀서의 제안에 처음에는 “드라마를 너무 많이 흔들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고쳤다. 모험을 떠나기에 앞서 흥행 보증수표를 쥘 수도 있다는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이후 4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고쳤으나 캐스팅은 불발됐고, 그에겐 얻기 힘든 교훈 하나만이 주어졌다. “그땐 한참을 헤맸다. 처음부터 중심을 잡고 있었다면, 프로젝트 추진이 늦추어지지 않았을 텐데. 너무 쉽게 가려했던 것 같다.”

선명한 이야기 선이 오히려 ‘밋밋하다’는 지적도 있어, 그는 디테일한 장면묘사에 신경쓸 생각이다. 단순히 볼거리 하나를 더 늘리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쉬리>의 총격장면을 들며, “공들여 만들었지만 인물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관객이 감정을 푹 찔러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영화의 관건은 특수효과가 아니라 정신없는 도심 총격전 와중에도 “인물이 살아나는” 장면연출이라는 뜻이다. 지하철 내 액션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에 따르면, 5분만 지나도 좁은 공간에서 카메라가 구사할 수 있는 숏은 다 떨어진다는 것. 카메라의 앵글과 사이즈의 미세한 변화도 중요하지만, “인물들의 움직임 자체가 눈길을 잡아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쨌든 품새를 잡으려면, 두둑한 노잣돈이 필요한 법. 순제작비만 45억5천만원이다. 현재 제작중인 지하철 2량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5억원. 붐비는 지하철 2호선을 모델로 시나리오를 썼던 터라 제목을 <튜브2030>이라고 붙였지만, 7호선으로 설정을 바꾸는 바람에 일단 ‘2030’이라는 호수를 뗀 뒤 맘에 드는 제목을 고르는 중이다. 세트는 양수리에 있는 종합촬영소가 너무 비좁아 경기도 의정부나 충북 음성쪽에 적당한 곳을 물색하고 있다. 김석훈이 장형사 역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장군의 아들 박상민이 테러리스트 강기태 역으로 나온다. 장형사를 연모하는 인경 역은 아직 미정캐스팅만 마무리되면 9월 중순부터 스물여섯에 영화과 문을 두드렸던 늦깎이 감독의 소박한 꿈이 영글어갈 것이다.

연출의 변

“흥부와 놀부 이야기처럼 다 아는 스토리도, 유별나게 재밌게 꾸며내는 사람이 있다. 이번 영화가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그걸 못한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다 내 몫이다.”

이런 영화

특수요원 장도준은 강기택이라는 테러리스트로부터 권력실세 송일권 의원을 구해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연인 진희를 잃게 되고, 심한 자학에 빠진다. 죄책감으로 일을 손에 잡지 못하는 그는 결국 지하철 수사대로 좌천된다. 한때 도준의 지갑을 훔치다 붙잡힌 소매치기 인경은 그런 그에게 연정을 품지만, 도준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편 강기택은 차기 대권후보인 서울시장의 지하철 국정홍보 행사에 나타나 자신을 사주한 인물 중 하나인 시장을 살해하고 지하철을 탈취한다. 검은 세력의 충복이었지만, 오히려 제거당할 처지에 몰리자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일을 벌인 것. 강기택은 또 한명의 타깃인 송일곤 의원의 치부를 온 세상에 드러내고, 지하철을 죽음의 벼랑으로 몰아넣어 복수하려 한다. 장도준은 붕괴 위험이 있는 대교 위에서 강기택과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이게 되고, 결국 진희의 목숨을 앗아갔던 강기택을 제압한다. 하지만 자신이 검은 세력의 주구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송 의원은 지하철을 또다른 죽음의 터널로 밀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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