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3] -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2001-08-03
글 : 문석
사진 : 정진환
구원에 관한 과대망상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그리고 지금 발 앞에 놓인 크나큰 불행이 외계인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 게다가 지구가 외계인에 의해 크나큰 위협에 놓일 것이라는 과대망상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이제 그는 납치, 살인 같은 임무를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 한다. 장준환 감독의 장편데뷔작 <지구를 지켜라>의 주인공 병구는 그가 만든 단편영화 의 주인공과 놀랍게도 닮아 있다. 이 피해망상 또는 자가당착에 빠진 주인공은, 자신을 존 레넌의 환생이라고 믿는 속 주인공 청년의 복사판으로 보이기도 한다. 장준환 감독 역시 이 사실을 부인하려 하지 않는다. 감독 자신이 이 두명의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내비칠 정도니까.

그가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된 것은 지난해 7월부터. <모텔 선인장> 연출부, <유령> 시나리오 등으로 연을 맺은 싸이더스에서 ‘엄청난 규모’의 작품을 준비하다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워져 방향을 선회했다. 이 작품을 구상하며 그가 떠올렸던 첫 이미지는 멀리서 본 지구다. “멀리서 지구를 보면 사소한 느낌 또는 담담한 감정이 들 것 아닌가. 하지만 이 안에 있으면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운가. 그런 생각을 품으며 지구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좋았다.” 이 영화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모티브는 <미저리>다. 정확히 말하면 <미저리>의 대립구도와 캐시 베이츠의 캐릭터였다. “캐시 베이츠가 죽을 때까지 한번도 그녀에게 동정심을 품을 수 없도록 한 것 같아 영화를 보며 안타깝고 화가 났다.” 여기에 의 주인공 캐릭터가 결합되면서 <지구를 지켜라>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말하자면, <미저리>의 납치한 자와 납치당한 자의 대립이라는 이야기구조 위에 외계인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과대망상 환자의 캐릭터를 집어넣고, ‘지구라는 행성’의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 애초엔 납치범과 인질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구도로만 끌고가려 했으나 극적 긴장감을 고려해서 병구를 쫓는 두명의 형사 캐릭터를 집어넣었다.

영화 중간중간 병구의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가지 않는 외계인 출현장면 등이 등장하고, 병구의 구술에 따라 상황을 재현하는 식으로 장면을 구성할 계획이므로 미술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때문에 20억원 정도로 예상하는 제작비 중 상당 부분도 미술에 투입할 계획이다. 다소 어두운 이야기지만 분위기를 어둡게 가져가고 싶지는 않다. “아무도 안 볼 것 같아”서도 그렇고, “즐겁게 보는 영화 한편이 어떤 이에겐 큰 위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란다.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될 것이라는 얘기. 제대로 된 자동차 추격장면이나 사람이 벌에 쏘여 죽는 장면 등도 들어 있어서 특수효과나 컴퓨터그래픽도 꽤 사용할 계획이다. “장르적인 것을 좋아하면서도, 거리감을 주고 뒤틀고 싶어하는 악취미”를 가진 감독답게 <미저리>뿐 아니라 <블레이드 러너> <양들의 침묵>의 일부도 ‘의도적 패러디’를 해 보여줄 생각. 이와 함께 그는 “두번의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부풀게 한다.

이 작품은 얼핏 사변적이거나 유희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 기반한 작품이다. 주인공 병구의 외계인에 대한 피해의식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많은 상처를 입은 데 기인한다. 장준환 감독은 “굳이 사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인간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시스템화한 권력과 거기에서 상처받고 도구화한 인간의 문제를 조명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9월 말 촬영에 들어갈 <지구를 지켜라>는 2002년 초여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출의 변

“`과연 지구가 행복한 행성인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면 나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곳,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전 지구인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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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들의 침공으로 곧 지구가 위험에 빠질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선 월식이 끝나기 전 외계인 왕자를 만나야 한다고 믿게 된 병구는 여자친구 순이와 함께 화학공장 사장 강만식을 납치, 지하실에 감금한다. 강 사장이 외계인 왕자와 접촉할 수 있는 로열 유전자를 가진 지구사이 유일한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강 사장은 병구가 예전 자신의 공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또 강사장은 병구의 옛 여자치구가 공장 시위 도중 사망했으며, 어머니는 공장에서 일하던 중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점차 월식은 다가오고 납치범 병구를 쫓는 경찰의 포위망도 좁혀지기만 한다. 과연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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