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영화 로케이션 대백과 [7]
2006-08-21
글 : 오정연
한번쯤 찾아가고픈 영화 속 실제 장소들

강원도 홍천의 호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숙 부인(전도연)이 최후를 맞이하는 거대한 얼음 호수. 멀리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는 CG로 원경을 넓힌 것으로, 아쉽게도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작은 크기라고 한다. 국내의 호수 크기가 워낙 작을뿐더러 큰 호수일수록 두꺼운 얼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안전상의 문제도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늦겨울까지 튼튼한 얼음이 얼어 있을 만한 호수를 수배한 끝에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영화 속에서는 숙 부인의 가냘픈 몸무게도 감당하지 못할 만한 살얼음이지만, 실제로는 몇 십명의 스탭과 촬영장비가 올라가도 문제없을 만한 두께였다고. 그럼에도 걸어다닐 때마다 얼음 밑에서 들려오는 수상한 소리들이 스탭들을 불안케 했다는 후문이다. 2월에 크랭크인해 촬영 초반부에 찍었다.

인천 연안부두 컨테이너 야적장 <달콤한 인생>

선우(이병헌)가 총기 구입을 위해 명구(오달수)와 접선하던 공터. 누런 흙바람이 가득한 황량함이 비현실적인 상황과 잘 어울리는 이곳은 컨테이너를 임시보관할 땅이 부족해 바다를 메운 야적장이다. 원경에 보이는 중장비 기계는 물론 반대편의 공사 풍경까지, 명구의 차와 충돌하는 크레인을 옮겨놓은 것 외에 미술작업을 더한 게 거의 없는 최적의 로케이션. 평소에도 각종 중장비와 인부 몇명만 눈에 띄는 삭막한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그러나 원래대로 촬영을 진행했다면 차는 크레인이 아니라 폐어선을 들이박고 바다로 떨어졌을 것이다. 여기보다 훨씬 넓고 꽉 찬 분위기의, 음침한 폐어선과 바다가 한꺼번에 잡히는 동해항을 섭외했으나, 전국을 순회하는 힘든 일정 탓에 다른 장면 촬영이 있는 곳 근처를 물색하다 로케이션을 변경했다.

천안북일고등학교 <사랑니>

커다란 스크린을 가득 메운 벚꽃의 물결이 소녀의 작은 몸과 대비되어 한없이 눈부셨던 장면. 혹시 CG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몽환적인 그 벚꽃은 매년 4월 천안 북일고를 가득 메운다. 벚꽃 많은 곳은 뻔하기 때문에 찾아내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 익히 알려진 여의도보다 풍성하게 벚꽃이 만발하는 곳으로, 서울 시민이 여의도에 모여들 때, 천안 사람들은 이곳으로 모여든다고. 몽우리가 질 때쯤 헌팅이 이루어졌으나 벚꽃 만개 시점이 워낙 빤해서 학교쪽에서 콕 집어준 날짜에 맞춰서 촬영에 임했다. 그 무렵에는 영화 속 장면보다 분위기가 훨씬 번잡했다. 주말에 모여든 벚꽃놀이 인파가 시장통을 방불케 할 만큼 어수선했고 배우들이 감정연기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물론, 대사 전체를 믹싱실에서 후시로 재녹음했다.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성당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예비수녀 수경(윤진서)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짝사랑 남자를 발견하는 성당 꼭대기로, 옥상만 놓고보면 유럽의 어느 교회라 해도 믿을 법한 외관이어서 윗부분만 사진을 찍어놓고 해외여행 다녀온 셈 칠 수도 있을 정도다. 일반적인 성당의 첨탑과 다른 돔형 지붕과 고풍스러운 석상들이 눈에 띈다. 질투어린 수경이 얄미운 커플을 괴롭히기 위해 종을 울릴 수 있도록 종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조건이었다. 성당이나 교회는 일반 공공건물보다 촬영허가가 까다롭고, 일반 영화의 두세배 정도의 로케이션이 필요한 영화라 서울 근교를 벗어날 수도 없어서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곳으로 단아한 진입로와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성당에서 바라본 전경 또한 빼어나다. 내부는 다른 성당에서 찍었다.

비양도 <깃>

제주도 북동쪽 우도와 다리로 연결된 섬으로, 마찬가지로 제주도에 속한, 드라마 <봄날>의 배경이 된 비양도와는 다른 곳이다. 해질녘 어스름한 사위 속에서 홀로 탱고에 열중한 소연(이소연)을 담은 영화의 인트로. 변화무쌍한 날씨로 유명한 섬이지만 태풍이 몰려와 관광객이 뜸할 때면 이처럼 고즈넉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인상적인 것은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향해 단호하게 뻗은 시멘트길이다. 등대가 위치한 작은 무인도와 비양도를 연결하는 길이 간조 때마다 열리는데 마침 해질 무렵 물이 빠져, 살짝 드러난 길을 함께 잡을 수 있었다. 애초 송일곤 감독이 생각한 장소는 바다를 배경으로 석양이 지는 언덕이었지만 우도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지금의 장소를 발견했다.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한 버전도 있지만 탱고의 발동작과 어울리지 않는 바닥 상황 때문에 최종 탈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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