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영화 로케이션 대백과 [9]
2006-08-21
글 : 박혜명
로케이션 작업에 필요한 이색 스탭들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협조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이성재 홍보담당관실 기획팀장

“대부분의 한국영화는 다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대한민국 경찰 안 나오는 영화는 웬만해서는 없으니까.” 서울영상위원회 김미애 로케이션팀장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이성재 홍보담당관실 기획팀장은 “10편 중 7, 8편은 경찰이 끼는 셈”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경찰서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선다 하더라도 이는 이성재 팀장을 거치는 일이다. 서울시내 도로 촬영시 교통통제는 기본이고 대형 싸움신의 장소 제공이나 시내에서 헬기를 띄울 때 “그림이 잘 나올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3년째 이 일을 맡고 있는 이 팀장에 따르면 2003년을 기점으로 협조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올해 7월 한달만 섭외 지원한 작품이 8∼9편 정도였다고. 협조 원칙은 “경찰 본연의 임무에 반하는 것은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사에선 그림을 위해서는 뭐든 하지 않나. 그리고 (우리 협조가) 공짜니까. 하지만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도와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종로 한복판에서 추격신을 찍고 싶다고 하면 그림이야 좋겠지만 우리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진 못한다.” 이 팀장은 “시민에게 다정하고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영화를 통한 간접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면서 “영화사와 회의에 들어가면 모방범죄 가능성이나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수위를 낮추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제시하고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진지하게 여러 번 강조하기를 잊지 않았다.

“촬영팀이 저지른 사고 뒷감당도 우리 몫”

부산영상위원회 이경섭 로케이션팀장

부산영상위에서 5년째 로케이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이경섭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지역 영상위 로케이션팀의 다른 명칭은 ‘사고처리반’이다. “공사가 끼거나 문화지를 사용하거나 할 때 지원을 하면 예상하지 못한 일도 많이 생기고 우려사항도 엄청 많다.” 대형참사를 다루는 영화 촬영 때 도시개발공사 허가를 받아 문현동 금융단지 땅을 공사하게 했는데 지반에 굴삭기를 잘못 대서 도시가스관을 건드릴 뻔한 적도 있고, 부산 M호텔 바 촬영을 지원받은 한 촬영팀은 모터 소음 때문에 냉장고 전원을 전부 뽑아두고 몇 시간을 방치해 양주와 과일, 각종 음식물이 엉망이 된 적도 있다. 이런 사고들을 뒷감당하는 것이 영상위 로케이션팀의 커다란 업무 중 하나다.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닮은” 100년 넘은 옛 법원 건물이 현재 영화촬영 금지장소가 된 이유는 그런 뒤처리가 잘되지 못한 경우라며 이 팀장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영화 촬영현장 여건이 열악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10팀이 오면 6팀이 사고를 치고 간다. 사람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그런 사고도 줄어들 것 같다.” 그가 발굴한 로케이션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운 데는 주례동 주택가 골목이다. “<올드보이> 때 박찬욱 감독님께 추천해드렸다. <복수는 나의 것>을 보니 감독님의 성향을 알 것 같아서, 시나리오상엔 없는 장소지만 혹시라도 쓰일 일이 생길까봐 추천해드렸더니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2년 뒤 다시 와서 그곳부터 알아보셨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가 총을 들고 백 선생에게 복수하러 가는 골목길이 바로 그 장소다.”

“영상에 대해 알면 더 좋은 로케이션을 찾을 수 있다”

로케이션플러스 김태영 실장

‘로케이션플러스’는 로케이션 헌팅업체, 김태영 실장의 직업은 로케이션 매니저다. 로케이션 매니저들의 활동은 광고나 TV드라마쪽에선 매우 일반화돼 있지만 영화쪽에선 드문 편. 지난 5년간 900여편의 광고 촬영 로케이션 헌팅작업을 해온 그는 최동훈 감독의 신작 <타짜>로 첫 영화작업을 했다. 산꼭대기의 비닐하우스, 대형 냉동창고 등 일반적이지 않은 장소들이 시나리오 속에 굉장히 많았다고. 90년대 서민생활을 보여주면서도 비범한 장소들을 찾아 군산과 전주, 서울 및 인천, 수원 등을 포함한 경기도 일대를 뒤졌다. 가장 찾기 힘들었던 건 정 마담(김혜수)의 룸살롱. “지하가 아닌 2층에 도박룸이 있을 것. 바깥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창문이 붙어 있을 것. 룸에 들어서면 홀이 있을 것. 3류들이 갈 법한 후진 곳일 것.” 감독이 요구한 조건들에 맞는 건물을 찾던 중 전주의 ‘왱이콩나물국밥집’ 건물 2∼3층을 발견하게 됐다고. “광고는 호흡이 짧아서 콘티가 나오면 대행사가 원하는 이미지와 비슷한 장소를 금방 찾을 수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를 보고 컨셉을 잡아서 이른바 로케이션 디렉팅을 하다보니까 작업이 심도있다. 되게 재미있다.” <타짜>에서 도박 고수 곽철용의 직업이 인쇄소 주인 대신 볼링장 주인으로 바뀐 것이나, 평 경장의 가옥이 전통 한옥에서 적산가옥으로 바뀐 것은 김 실장의 대안과 의견이 반영된 경우다. “원래 사진을 전공했다.” 영상물 제작 PD와 광고스튜디오도 거친 그는 “카메라 앵글, 광선 상태 등 영상에 대해 알고 있으면 더 좋은 로케이션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