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비열한 거리> <아이스케키>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배우 진구
2006-12-14
글 : 박혜명
사진 : 이혜정
달콤한 혹은 비열한 양면성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과적으로도 올해 대한민국영화대상 조연상은 다른 배우에게 갔지만, 진구 본인도 소속사 식구들도 그가 <비열한 거리>로 영화제 조연상 후보에 오를 줄 예상조차 안 했다 한다. 후보에 오른 사실도 (일주일에 한두번씩 해오던 대로) 제 이름 쳐넣어 기사 검색하던 와중에 우연히 발견했다. 회사에는 모른 척했고, 회사 식구들도 지나가는 말인 양 ‘후보에 오른 건 알지?’라고 물은 정도였다. “되게 기분 좋았”으며 시상식장에서 떨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덤덤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올인>(2003)을 하면서 하루 200통씩 오던 팬레터들이 한달 만에 “누가 훔쳐간 것처럼” 뚝 끊겼던 그때가 지금도 감사하다고 진구는 몇번을 말한다. "상처를 좀 많이 받았죠. 근데 그때 그런 걸 경험 안 했으면 지금쯤 되게 거만해졌을 거예요.” 영화제가 대표작으로 언급한 건 <비열한 거리>라 해도, 그가 올해 보여준 재능은 상두(조인성)에 대한 충정과 배신이 겹쳐진 인물 종수로 끝나지 않았다. 홀엄마와 사는 10살짜리 소년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묵묵하고 성실한 청년(<아이스케키>)으로서도, 잘 나가는 호스트 줄리앙(김주혁)을 동경하는 철없는 초짜 호스트(<사랑따윈 필요없어>)로서도 진구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입체적인 모습으로 관객의 머릿속에 남은, 진정 올해의 배우다.

진구는 기무라 다쿠야를 좋아한다. ‘뉴키스 온 더 블록’과 같은 해외 스타들의 브로마이드가 문방구 외벽을 장식하던 시절에 난데없이 동양인의 얼굴이 걸린 것을 본 것이 중학교 때. 신비롭고 묘한 인상을 그때부터 기억했다. 일본 드라마를 열심히 챙겨보게 된 계기도 기무라 다쿠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양면이 있어요. 젠틀하고 순수하고 귀여우면서 한편으로 야성적이고 초라하고 험한 이미지도 어울려요. 말투부터 다르더라고요, 다른 일본 배우들이랑.” 서늘한 양면성을 드러냈던 2인자의 역할로 올해 조연상을 놓친 일은 관객만 아쉬워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저 <비열한 거리> 찍기 전에 <낭만자객>이나 <논스톱5>나 <베스트극장> 같은 거 찍고 인터뷰할 때는 전부 <올인> 얘기만 하셨었어요. 근데 올해 뒤집어졌잖아요. 내년에는 또 <비열한 거리> 이야기 쑥 들어갈 거예요. 그렇게 되게 만들어야죠.”

감독 유하가 본 진구

마스크가 영상적으로 호소력이 있다. 화면 안에서 봤을 때의 느낌이 굉장히 좋다. 그리고 연기조가 딱 굳어진 게 아니어서 어떤 감독이든 만들기에 따라 변화무쌍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건 발성인데, 남자다운 목소리톤이 좋다. 성실성으로는 100점을 줄 수 있는 배우다. 굉장히 노력하는 배우이고 그래서 장르에 관계없이 모든 걸 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배우다. <비열한 거리> 오디션 때 눈빛이 욕망에 가득찬 걸 봤다. 헝그리 정신이 충만했달까. 현장에서 엄살을 안 피운 게 제일 맘에 들었다. 고생을 많이 했을 텐데 끝까지 묵묵히 따라와줬다. 그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