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의 카메라는 질퍽하고 펄떡거린다. 인물들의 숨소리, 땀, 눈빛이 콘트라스트 강한 조명 아래 하나하나 잡힐 만큼 집요하고 뜨겁다. 최호 감독과 <바이준>을 작업했던 오현제 촬영감독은 최호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건네받으며 “장르적으로는 누아르, 그러나 사실감있는 누아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섞일 수 없는 두 단어를 듣고 상당히 고민했다. 그러다 어떤 영화를 보고나서 기사를 봤는데 ‘다큐적 누아르’란 말이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게 명확해졌다.” 그리고 오현제 촬영감독은 이 영화를 100% 핸드헬드로 촬영하자고 감독에게 제의했다. 줌인·아웃이 들어간 숏만 빼고 <사생결단>은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감독이 ARRI LT 기종 카메라를 자신의 어깨 위에 얹고 찍은 영화다. 추운 겨울, 굳어지는 근육의 고통을 못 견뎌 트라이포드에 살짝 얹어놓고 포기할까도 했는데, 러시를 보는 순간 “느낌 자체가 달라서” 4개월 반을 끝까지 갔다. 이상도와 도 경장이 선착장에서 합의를 보는 장면은 과장하자면 “죽을 뻔했던” 촬영의 기억이다. “나이트신이라 카메라는 포커스에 굉장히 민감한 상태인데 배우들은 막 움직이고, 선착장은 좁아서 조금만 헛디뎌도 바로 (바닷속에) 아웃이었다.” 결국 포커스는 나갔다. 대신 인물들의 날것을 얻었다. ‘무계획적인 도시’라는 부산에 대한 시나리오 속 묘사가 인상깊었던 오현제 촬영감독은 <사생결단>을 촬영하면서 부산의 야경 표현에도 욕심을 두었다고 한다. “부산의 밤은 보색감이 강하고 온갖 종류의 빛이 혼재돼 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붉은색과 녹색을 대비시키고 가로등과 어선 작업 등을 한 지평선 위에 담아냈다. “부산 야경만큼은 다른 한국영화들보다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
오현제 촬영감독은 계원예고 영화과를 다니면서 “기계가 좋아져서” 촬영감독을 꿈꾸게 됐다. 그때부터 프랑스문화원을 찾아다니며 영화를 보고, 학교 과제로 단편을 연출하기도 했다. 충무로에서 핸드헬드가 아직 어색하던 90년대 초, 고등학교 단짝 친구인 최호 감독의 단편에 핸드헬드 촬영 기법을 썼던 그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사생결단>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맨 마지막 부분이다. 도 경장이 라이방 쓰면서 ‘아름답네’라고 말하는 그 장면. 사실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이 영화를 찍었다. 영화의 어떤 내적 감정이 다 표현된 순간 같아서 정말 좋다.” 그리고는 꼭 찍어보고 싶은 어떤 것은 10년쯤 뒤에 생기지 않겠냐며, 자신의 인생에 찾아올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기대를 살짝 내비쳤다.
제작자 심보경이 본 오현제
학구적이다. <시실리 2km>를 HD로 촬영한 것만 봐도 알지만 새로운 미디어나 촬영기법에 대한 자세가 매우 학구적인 사람이다. 또 성실하게 노력하는 스타일이라 <사생결단> 때에도 매일 영화사에 출근하고 매일 공부하고, DI 작업할 때도 업체와 계속 이것저것 실험하고 했다. 어릴 때 충무로에 와서 도제 형식으로 철저하게 시작하신 분이라서 그런지 연출자에게도 충성하는 스타일이다. 감독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다. 그리고 핸드헬드가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