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천하장사 마돈나> <타짜>의 배우 김윤석
2006-12-14
글 : 이영진
사진 : 이혜정
200번도 더 변할 수 있는 여유

“시나리오 많이 들어오면 됐지, 뭐.” 아들에게 가드 올리라면서 펀치를 날리는 <천하장사 마돈나>의 무지막지한 아버지, 배에 칼이 들어와도 웃을 것만 같은 <타짜>의 무시무시한 아귀. 조연상 하나쯤은 당연히 받아야 할 한해인데 빈손이 웬일이냐고 했더니, “일감 많이 들어오면 된 것 아니냐”라고 허허한다. 어느 때보다 그물코에 고기가 많이 걸리는 대목. 그렇다고 덥석 물진 않는다. 어느 때보다 신중한 선택을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올해 여름에 두편의 영화 말고도 연극과 드라마까지 겹쳤다. 배우라는 존재는 몸을 도구로 써야 하고, 그러다보니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아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근데 스케줄이 빡빡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벅차더라. 무대에 섰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더라니까.” 현재는 드라마 <있을 때 잘해!>에 전념하고 있다. 일주일에 4, 5일, 드라마 촬영에만 나선다. “주 5일 근무제도 해보니까 힘들다. 푹 쉬는 것도 아니고. 하루는 애들이 밟고 지나가고, 하루는 머리 잡아당기고…. 주말 이틀도 맘껏 쉴 만한 상황이 아니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꼬맹이들 핑계를 대긴 하지만, 드라마 끝나면 한달은 아무 생각하지 않고 충전을 위한 시간을 갖겠다고 하지만, 김윤석의 몸은 벌써부터 근질근질하다. 그건 스크린에서 맛본 두 차례의 쾌감 때문일 것이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아버지는 온몸에 낚싯바늘이 꽂혀 있는 인물이다. 제 의지대로 살지 못하고 당기는 대로 끌려가야 하는 사람이고. 그러면서 알코올의 힘을 빌려 아들을 때리는, 금기의 선을 넘는 인간이다. 반면 <타짜>의 아귀는 이 세상 내 맘대로 사는 무정부주의자다. 장르의 틀 안에서 맘껏 춤추고, 흥얼거리는 유희적인 인물이다. 아버지는 하고 싶었고, 아귀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지만, 둘 다 재밌더라.” 그의 숨고르기는 악역 전문 배우라는 원치 않은 딱지를 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잘 연기할 수 있는 인물, 나랑 가까운 인물이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한국 남성들의 일상을 그려보고 싶다.” 어떻게든 “삶의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인물들을 만나고 싶단다. 다른 배우들은 ‘쎈’ 역할을 맡고 싶은데 도대체 왜 평범한 인물들과 조우하고픈 걸까. “나랑 가까운 인물을 만나야지 연기와 연기가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잔 풍랑 앞에서 “사람은 200번도 더 변하기 나름”이라는 김윤석. “쟤는 저런 인간이야”라고 섣불리 낙인찍는 것이 싫다는 김윤석. 그의 인생관이야말로 연기론이 아닐까. 어떤 인물을 만나도 넉넉히 품어 안겠다는 다짐이 김윤석의 2007년을 기대하게 만든다.

최동훈 감독이 본 김윤석

<지하철 1호선> <의형제>를 보러갔다가 처음 알게 됐다.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하더라. 아, 참 좋은 배우들이 세상에 많구나 싶었다. 데뷔하면 저 배우랑 해야지 했고, <범죄의 재구성>에서 감독과 배우로 처음 만났다.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형사였는데 현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조금씩 키우더라. <타짜>의 아귀는 사실 어떤 모습인지 나도 몰랐다. 첫날 점퍼 입고 오셔서 헤헤거리실 때만 해도 몰랐다. 근데 분장하고 의상을 입으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와, 와, 멋지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곁에서 본 입장에서 코미디에 굉장한 재능이 있다. 무대가 아닌 극장에서 폭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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