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최진욱 위원장
2006-12-14
글 : 문석
사진 : 이혜정
‘한국 영화산업 합리화’ 그 길 위에서

“지금까지 온 것보다 앞으로 갈 길이 훨씬 멀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 최진욱 위원장은 값진 성과를 거둔 2006년을 자축하기보다는 이후 펼칠 수많은 일 때문에 여전히 긴장된 모습이었다. 올해 1월2일자로 노동부로부터 영화노조의 설립 필증을 받아 ‘합법’ 노조 시대를 개막했고, 6월27일부터 시작돼 12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작자들과의 협상 끝에 11월에는 단체교섭안을 거의 확정지었으니 떠들썩한 막걸리판이라도 벌일 만한데도 그는 “임금협상은 이제 시작이고, 이외에도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특히 임금에 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와의 견해차가 큰 탓에 당분간 그의 표정도 활짝 피어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그렇다고 그가 2006년의 성과에 대해 뿌듯해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가 노조를 만들 때 다들 안 된다고 했다. 선배들도 자신의 경험에 입각해 ‘해보니까 안 되더라’며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탭뿐 아니라 젊은 감독들까지 큰 관심을 쏟아주고 있다.” 2001년 ‘비둘기 둥지’라는 카페에서 출발해 2003년 촬영, 조명, 연출 등의 4부조수연합, 2004년 한국영화조수연대회의, 2005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설립추진위원회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영화노조가 출범할 수 있었던 데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자세로 뚝심있게 밀어붙인 그와 노조 간부들의 노력이 자리한다. 제협과의 협상 테이블을 꾸려나가는 일 외에도 최진욱 위원장을 비롯한 영화노조 간부들은 수많은 촬영장을 돌면서 조수급 스탭들을 만나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각종 자료를 만들고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물론 제협과 영화노조의 바람대로 올해 안에 임·단협이 모두 타결된다 해도 제협에 협상 권한을 위임하지 않은 제작사들과 담판을 지어야 하고 교섭안이 시행되는 내년 7월1일 이후 발생할 현장에서의 혼란을 해결해야 하는 탓에 2007년에도 그의 일정은 빡빡할 전망이다. 1994년 <테러리스트> 현장에 친구를 만나려고 갔다가 얼떨결에 일을 시작하게 된 이후 줄곧 조명기로 현장을 밝혔고, <청풍명월>에서는 제작팀으로, 뮤직비디오 현장에서는 연출부로도 활약했던 그는 “촬영장을 돌면서 스탭들을 만날 때마다 ‘저 자리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위원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12월이면 머리띠를 풀고 조명기를 든 채 현장을 누비게 될 그는 지금 “한국 영화산업을 합리화한다”는 마음으로 제협과의 13차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배우 정진영이 본 최진욱

“최진욱 위원장은 스크린쿼터 투쟁 때 집행위원단장으로 함께 참여하며 알게 됐는데, 제협과의 협상이나 조합 내 이견 조율 등 처음 출범하는 영화노조를 이끌면서 어려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회 현안에 대한 공부도 탄탄히 했고, 영화노조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힘든 일을 달게 받는 모습도 좋았다. 일은 점점 어려워지겠지만 첫발을 내디딘 자답게 열심히 일해서 그가 원하는 바를 이뤄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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