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뜻미지근한 반응, 이게 아니잖아. <괴물>에서 괴물의 모습을 디자인했던 장희철씨는 “<괴물>이 엄청나게 흥행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의외로 건조하게 답한다. “물론 참여한 사람으로 기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점보다는 내가 봉준호 감독의 마음에 드는 괴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 만족스럽다.” 그러니까 그의 관심은 자신이 얼마나 감독의 요구에 맞게, 그리고 영화에 어울리게 괴물을 디자인했는지이지, 자신이 그려낸 괴물이 얼마나 많은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는지가 아니었다. 그의 개인적 감상이야 어쨌거나 <괴물>을 논함에 있어 그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봉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그는 수천장의 밑그림과 모형들을 만들었고, 결국 무시무시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의 영화 속 괴물을 창조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 온라인 게임업체의 아트센터 총책임자라는 ‘본업’을 갖고 있는 장희철씨가 주말에도 2~3시간만 자면서 1년여 동안 매달린 결과였다.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옆에 앉아 있던 친구에게 류성희 미술감독이 전화를 했다. ‘괴물’ 디자인해줄 사람을 찾는다고. 곧바로 내가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괴물>과 영화와 인연을 맺은 건 대단한 우연이었지만, 그가 영화에 대한 열망을 지닌 오랜 B급영화 마니아가 아니었다면 그의 이름이 ‘크리처 디자이너’라는 크레딧과 함께 스크린에 등장하지는 못했을 터. 또 그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컴퓨터 잡지에서 게임 관련 일러스트를 그렸고, 의상, 애니메이션, 심지어 문신까지 디자인했던 엄청난 의욕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괴물>을 끝까지 소화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가 SF옴니버스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서 로봇(김지운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과 좀비(임필성 감독의 <멋진 신세계>) 디자인을 하게 된 것도, 두 감독의 취향을 생각해보면 단지 <괴물>의 후광 때문만은 아니었음이 자명하다. 그 또한 “사람들에게 <괴물>의 장희철, 이런 식으로 기억되는 게 가장 두렵다”고 말한다. 영화와 게임은 물론이고 오토바이 디자인처럼 관심 분야를 섭렵하고자 하는 그에게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을 위해 장르를 이용하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SF, 호러 등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고 출발하는 영화라면 참여할 의사가 있고, 독립영화쪽과도 적극 협력할 생각”이라는 그는 충무로의 상상력을 한층 자극했다는 점에서 2006년 발견된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본 장희철
“<괴물> 프리 프로덕션 중 원효대교 북단의 대형 하수구로 답사 갔을 때 그가 함께했다. ‘괴물이 사는 공간을 봐야 한다’면서. 괴물의 프리 비주얼을 만들 때는 괴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자신이 모델이 돼 괴물에게 먹히는 모습을 만들어왔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과도할 정도의 열정에 감복할 수밖에. 디자인뿐 아니라 영화적 식견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도 그의 장점이다. 재능과 열정을 고려하면 <괴물>은 그의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