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슈렉> 패러디 열전 | 슈렉 동산의 귀여운 반란
2007-06-07
글 : 신민경 (자유기고가)

가장 새로운 것이 가장 훌륭한 것은 아니다. <슈렉>이 3편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저력은, 가장 구태의연한 것에서 가장 신선한 재미를 뽑아낸 상상력 덕분이다. 1편에서부터 <슈렉>은 마법이 피오나(카메론 디아즈)를 아름다운 공주로 변신시켜줄 거란 기대를 무참히 깨뜨렸다. 그런가 하면 2편은 가장 화려하고 정신없는 패러디로 촘촘히 박아놓더니, 3편에선 시리즈 사상 가장 많은 동화 캐릭터를 동원하고 나섰다.

3편의 모험담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미래의 아더왕(저스틴 팀버레이크)을 찾아 먼 길을 떠난 슈렉(마이크 마이어스) 일행과 공주들과 합세해 쿠데타를 막으려는 피오나의 활약. 그 과정에서 아더왕뿐 아니라 란슬롯과 기네비어 등이 깜짝 등장하며 ‘원탁의 전설’을 살짝 맛보게 해준다. 궁 안에서는 조신한 줄로만 알았던 공주들의 정체가 드러난다. 알고 보니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기면증 환자에 불과했고, 백설공주와 라푼젤은 남자관계 복잡하고 성질 더러운 여자이며, 신데렐라는 청소와 불가마 사우나를 사랑했을 뿐이라는 식이다.

“너희는 계속 동화 속에서 루저였어. 이젠 너희가 다시 동화를 쓸 차례야.” 쿠데타를 계획하는 프린스 차밍(루퍼트 에버렛)은 후크 선장을 비롯한 동화 속 악당을 이렇게 설득한다. ‘다시 동화를 쓴다.’ 이 말은 <슈렉> 시리즈의 정신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꽤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3편에서 동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긴 했어도, 제작진은 1편부터 꾸준히 동화를 꼬고, 비틀며 귀여운 반란을 일으켜왔다. 피노키오와 아기돼지 삼형제, 심지어 신데렐라의 못생긴 언니까지 즐겁게 뛰노는 곳. 슈렉 동산은 욕망에 충실한 동화 캐릭터들이 모인 파티장이다.

동화뿐만이 아니다. <슈렉> 시리즈는 영화와 미술, TV쇼까지 모든 익숙한 것들을 패러디해 빈틈없이 채워놨다. 반복해서 볼수록 새로운 재미가 발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서는 3편을 본격적으로 감상하기에 앞서, 1편과 2편에서 어떤 암시와 패러디를 흘렸는지 한번 복습해보자. 몇몇 대표선수들만을 엄선해 소개하니, 혹여 빠진 정보가 있다면 여러분이 발견해서 다시 알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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