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60회 칸영화제 결산] 전도연의 10년
2007-06-14
글 : 장미
사진 : 씨네21 사진팀
영화 데뷔부터 칸의 영예를 얻기까지, 지난 10년간 인터뷰에서 다시 찾아낸 배우 전도연

<접속>(1997)으로 영화에 데뷔한 지 딱 10년 만인 2007년, 전도연은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밀양>에서 숨 막히는 열연을 선사하기까지, 칸영화제가 여우주연상으로 화답하기까지 전도연은 어떻게 변했고 또 발전했을까. <씨네21>이 간직하고 있던 전도연의 지난 10년을 불러냈다. 제각기 나이테가 다른 그 시간들을 뒤져보니, 그가 그동안 배우로서 겪었을 힘겨움과 두려움, 기쁨, 행복까지 묻어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속단은 마시라. “굉장히 오래 하고 싶다”는 대답처럼 그에겐 아직 남김없이 비우지 못한 열정이 남았을 테니.


<접속>(1997)

“(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이 계속 비치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설레기도 했어요. 스탭과 출연진이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공동작업은 즐거운 체험이었죠. 잔잔하고 섬세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 같아요. 해피엔딩이어야 했어요. 결과적으로 비극이라면 러브스토리로는 어울리지 않아요. 극적인 요소에 얽매이는 상투성에서 벗어난 이야기에 더 정이 가지 않나요?” -1997년 9월







<약속>(1998)

“어릴 때 콤플렉스가 참 많았어요. 방송하면서 한참 동안 절대 치마를 안 입을 정도로요. 좋은 시나리오고 일정만 맞는다면 단편영화에도 출연했으면 해요. 학교 다닐 때 밖으로만 돌아다니느라 그런 작업을 못해봐서 꼭 해보고 싶어요. 김유진 감독님, 박신양씨, 저, 세 사람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요. (웃음)” -1998년 6월








<내 마음의 풍금>(1999)

“그냥, 내가 홍연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이드신 분들이 그러셔요. 그래, 그래. 우리도 난로 위에 양은도시락을 쌓아 놓고 점심시간만 기다렸어. 장학사 온다고 마루에 초칠도 했지. 그런데 이상하지요? 내겐 이게 옛이야기 같지가 않아요. 연기설계요? 사실 없었어요. 촬영장에서 애들하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애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1999년 3월 <한겨레신문>







<해피엔드>(1999)

“<해피엔드>를 통해 ‘아, 나는 배우구나’라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하고 인정했어요. 촬영 전 노출장면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어머니께 말씀드리던 중에 “엄마 난 배우고, 딸 시집 잘 보내려고 배우시킨 거 아니잖아” 하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어요. 평소에 준비한 말도 아니고 설득할 요량도 아니었는데 그 이야기하고 내 방에 돌아와 얼마나 대견하던지! <해피엔드>는 전도연이 전도연에게 ‘넌 이런 배우’라고 말해준 영화예요.” - 2007년 5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해피엔드>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이의 8개월에 대해) 쉬면서, 별 생각을 다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거예요. 난 인간 쓰레기야, 난 버려졌어. 뭐 그런 투정도 했고요. 하루 종일 숨쉬기운동만 하면서, 왜 태어났나, 왜 사나, 그랬어요. 일을 안 하고 사랑을 안 하면, 우울해요.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오히려 즐거워요. 전 흠뻑 빠질 만한 대상이 없으면 우울해져요. 일을 좋아하나봐요.” -2001년 1월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수진이는) 실제 저와 비슷해요. 깡다구있고, 말투도 비슷하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도. 자기는 너무 작은데 아주 크게 보이고 싶어하죠. 목도리털을 세워서 앞에서 보면 커 보이지만 사실 몸뚱이는 조그만 도마뱀처럼. 마음이 여리기도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는 놓치지 않죠.” -2002년 1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실제라도 숙부인처럼 맘가는 대로 할 것 같아요. 상대방의 진심을 봤으니까. 그가 왜 접근하는지 알지라도 사람은 변하니까. 변한다는 걸 아니까. 대사든 동선이든 자로 잰 듯 계산하면 오히려 더 못해요. 그냥 감정으로 나를 내던지는 거죠. 일할 때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한 편이에요. 나 자신에게 아주 철저하게 굴죠. 그게 스트레스가 되면 굉장히 큰 문제가 될 텐데, 일하면서 갖게 되는 힘듦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제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2003년 9월






<인어공주>(2004)

“영화 속의 전도연은 없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죠. 이건 여배우에게 치명적인 단점일 수도 있어요. 내가 내 영화를 봐도 일관성이 없어 보일 때가 있고. 단지 일관된 건 나는 끝까지 사랑을 이야기하는 배우라는 것. 하지만 저는 배우 전도연이 두드러지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그런 것을 추구하는 배우가 나인 것 같아요.” -2004년 6월








<너는 내 운명>(2005)

“(면회실 장면에서 시나리오에 없는 상황을 갑자기 연출해 화를 낸 일화에 대해) 예, 겁나 신경질냈죠. (웃음) 제가 모르는 부분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장면 어려운 신인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알게 되니까, 화가 났어요. 지금도 불만족스러워요. 관객은 모르실지 몰라도 그 장면에서 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하지가 못했어요. 무늬만 절실해 보이고 절실하지 않은 빈틈이 보여요. 남들은 몰라도 제 눈에는 곳곳에 놀고 있는 손이며 디테일이 보여요.” -2007년 5월





<밀양>(2007)

“<밀양> 시사회 끝나고 <접속>을 만든 심보경(보경사 대표) 언니랑 통화했는데 “신애는 극단적 모습이 많은 인물인데도 ‘이게 최고다, 더이상은 전도연이 보여줄 게 없다’는 생각보다 ‘전도연한테 더 보여줄 게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에 뭉클했어요. 제게 최고의 찬사는 “최고의 연기다”가 아니에요. 너는 이게 끝이 아니라 더 달릴 수 있다, 많은 에너지가 남아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최고의 칭찬이에요. 그날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뒤풀이 자리에서 심하게 달렸죠. (좌중 웃음)” -2007년 5월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소감(2007)

“봉수아(프랑스어 저녁인사). 믿기지 않네요. 훌륭한 감독과 훌륭한 작품에서 열연한 여배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제가 그 여배우들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자격과 영광을 주신 칸영화제와 심사위원 여러분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이창동 감독님이 하게 해주셨어요. 그리고 송강호씨, 강호 오빠 때문에 신애라는 인물이 완벽해진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고, 아…. <밀양>을 이렇게 환영해주신 칸(영화제 관계자) 여러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2007년 5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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