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엔니오 모리코네]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부터 낭만적인 휘파람 소리까지
2007-10-09
글 :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필청음반

40여년 동안 나온 수백편 중에서 필청 음반이나 베스트 음반, 혹은 대표 음반을 한정된 지면에 꼽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게다가 너무도 많은 수작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더. 용서를 빈다.

<황야의 무법자> Per un Pugno di Dollari: A Fistful of Dollars (1964)
매끈하고 풍성한 관현악 오케스트레이션 대신, 독특한 악기를 선택하고 일상의 소리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화학작용을 일으킨 첫 음반. 이때부터 지금까지 엔니오 모리코네는 사람의 (목)소리를 길어올리는 재능과 기억을 사로잡는 멜로디 감각을 지속시켜왔다. 첫곡 <Titoli>는 그 유명한 휘파람 소리로 시작하여 알레산드로니의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전기기타와 휘파람 협연, “We can fight”라고 내뱉는 원시적이고 조야한 남성 보컬, 그리고 채찍소리, 종소리, 말 달리는 듯한 사운드, 고음역의 피콜로 음향 등이 어우러진다. <Theme From Fistful of Dollars>는 모리코네가 애호하는 악기인 트럼펫 솔로를 위한 장엄하고도 애조 띤 테마곡. 이외에 스퀘어댄스를 위한 피들 넘버 <Sqaure Dance>, 긴박하게 질주하는 퍼커션 중심의 사운드에 호기로운 분위기를 호명하는 <The Chase> 등을 수록하여, 모리코네식 웨스턴, 나아가 영화음악가로서의 도전장을 내민다.

<Le Musiche di Ennio Morricone per il cinema di Pier Paolo Pasolini>
엔니오 모리코네가 세르지오 레오네의 단짝 영화음악가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문제적 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상당수 영화음악을 담당했다는 점을 잘 알려주는 음반. 시인이자 혁명가였으며 가톨릭교도이면서 동성애자였던 파졸리니의 파격적이고 이단적인 주제와 영상은, 모리코네 스스로 밝혔던 대로, 그의 음악 취향과는 다소 어긋났지만, 정치와 종교를 섹스와 결부시킨 파격적인 풍자와 은유는 때로는 불협화적이고 무조적인 현대음악과, 때로는 모차르트나 바흐를 호명하여 아름답고 낭만적인 ‘고전적’ 클래식 음악과 환상적으로 조우한다. 동양적 음계의 곡, 고음역에서 연주되는 피치카토와 불협화적인 화성이 두드러지는 소품 등의 <매와 참새> 수록곡을 비롯해, <테오라마>에서 귀곡성 같은 보컬 코러스, <켄터베리 이야기>에 실린 낭만적이고 정겨운 휘파람 소리, 파졸리니의 유작 <살로, 소돔의 120일>에 담긴 전위적인 피아노 트랙까지, 파졸리니와 비견될 만한 모리코네의 실험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음반.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엔니오 모리코네의 낭만성이 극대화된 영화음악 사운드트랙. 현악과 더불어 팬플루트, 트럼펫이 우아하고 서정적이며 쓸쓸한 향수를 자극한다. 에다 델오르소의 아름다운 스캣도 여전히 동참하며 ‘외로운 양치기’의 연주자로 유명한 팬플루트(팬파이프)의 대가 게오르그 장피에르의 팬플루트 연주도 인상적인 작품. <Once Upon A Time In The West>의 <Jill’s Theme>와 쌍벽을 이루는 연가 <Deborah’s Theme>를 비롯하여, 팬플루트 연주가 곡의 수미(首尾)를 장식하는 <Childhood Memories> 등이 이 영화의 주요 테마곡들이다. 물론 <Once upon A Time In America>와 이를 변주한 버전들에는 오보에, 현악기, 하프 등의 고혹스러운 아름다움이 실려 있다. 이외에 금주법 시대를 향한 트럼펫의 비감한 만가 <Prohibition Dirge>, 경쾌한 재즈 넘버 <Speakeasy> 등은 영화의 배경이 된 시대상과 유행을 증명하는 곡이자, 대중음악적 접근도 탁월했던 모리코네의 다재다능함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셀 수 없는 편집음반들
엔니오 모리코네를 소개하는 수많은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계속 발표되어왔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CF에 많이 사용되었던 음악들, 여러 연주자들이 편곡하여 새로 연주한 음반들, 나아가 올 아카데미 평생공로상 수상을 기념한 팝 스타들의 헌정음반 <We all love Morricone>(2007)도 있다. 베스트 곡들을 모은 음반으로는 <Best of Ennio Morricone>(2001), 레퍼토리를 늘려 석장으로 최근 발매된 <Ennio Morricone Platinum Collection>(2007) 등이 대표적. 만약 그의 ‘절대음악’ 공연 실황이 듣고 싶다면 부다페스트, 런던, 베로나, 로마, 도쿄, 파리 등에서의 공연이 실린 <Here’s To You>(2006)와 이탈리아 베로나, 나폴리, 로마 등에서의 라이브가 실린 <Arena Concerto>(2003)를 권한다. 여기에는 DVD도 포함되어 있으며 모리코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어 그의 증언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자료적’ 가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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