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개봉예정작 ② <다크 나이트>
2008-06-26
글 : 박혜명

사이코패스 조커와 배트맨의 맞대결

조커가 돌아온다. 천인공노할 살인마이자 익살꾼. 예술을 사랑하는 불량배. 배트맨 생애 최고 지독한 악당. 널리 알려진 것처럼 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두 번째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의 주인공이다. 이 조커는 팬들에게 이른바 ‘잭 조커’(Jack-Joker, ‘잭 니콜슨의 조커’라는 뜻)로 깊이 각인되었던 그 조커가 아니다. 마이클 케인(알프레드 역)은 “잭 니콜슨의 조커가 가끔씩 자비도 베푸는 못된 삼촌 이미지라면 히스 레저의 조커는 마니악하고 잔인한 사이코패스”라고 설명한다. 그는 히스 레저의 조커를 현장에서 처음 봤을 때 너무 충격받아 다음 대사를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는 자기 행동에 일말의 양심도 못 느끼는 존재다. 조커의 언행엔 어떤 한계도 없다. 어떤 것도 그를 위협할 수 없다. 모든 건 그에게 조크일 뿐이니까.”(히스 레저) <엠파이어>는 이것을 ‘공포의 얼굴’(Fear Has a Face)이란 말로 표현했다.

아버지가 건설한 고담시를 범죄로부터 지키려는 브루스 웨인/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의 노력은 <다크 나이트>에서 심히 외롭고 혼란스러운 여정을 예고한다. 아나키의 상징이 될 조커 때문만이 아니다. 법적 정의의 상징, 고담시장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 역시 평화와 분노의 두 얼굴을 가진 존재다. <다크 나이트>의 또 다른 악당인 셈. 사실 하비 덴트의 두 얼굴은 <배트맨과 로빈>(1997)으로 이미 까발려진 비밀이지만 이번에 선보일 위협적인 양면성은 조커만큼 신선한 충격을 기대하게 한다. 하비 덴트에 관한 말을 극히 아끼는 놀란 감독은 아론 에크하트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아메리칸 히어로의 이미지가 뚜렷이 새겨진 얼굴”이라고 설명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이 “사디즘적 충동을 갖고 있는데 그걸 컨트롤해온 인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가 진정한 사디스트이자 마조히스트인 악당을 만났단 사실이다. 배트맨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조커를 때려눕힐 수 있지만 그것은 조커에게 엄청난 쾌락을 준다. 배트맨도 그걸 안다. 그래서 조커는 그에게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악당이다.” 그리고 두 얼굴의 하비 덴트. 그는 검은 슈트의 부담을 한편으로 벗고 싶은 배트맨을 이용하며, 그의 연인인 레이첼 도즈(매기 질렌홀)마저 빼앗으려는, “일찍 죽어 영웅이 된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아 악당이 된” 존재다. 상처입고 일그러진 영혼의 악당들과 정의수호에 피로한 영웅. 존재론적 고뇌가 전편만큼 무겁게 느껴지는 <다크 나이트>는 ‘현실성’을 최대 모토로 전체 촬영분량의 60%를 로케이션 촬영했고 큰 액션 시퀀스 4개를 아이맥스용으로 촬영했다. 제작비는 전편과 동일하게 1억5천만달러(1편 흥행수입은 전세계 3억7100만달러). 같은 예산으로 제작진은 배트슈트와 배트사이클을 새롭게 디자인했는데, 특별히 이번 배트슈트는 헬멧의 기능성이 보강됐다. 지금까지 배트맨은 헬멧을 쓰면 (몸통을 함께 돌리지 않는 이상) 고개를 좌우로 저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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