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개봉예정작 ⑥ <스피릿>
2008-06-26
글 : 박혜명

필립 말로를 닮은 사나이

“나의 도시가 운다. 나의 어머니가, 나의 사랑이. 어찌 거부하랴. 난 그녀(들)의 스피릿인 것을.” <스피릿>의 예고편은 <씬 시티>(2005)를 떠오르게 한다. 흑백 코믹북의 한 페이지처럼 몇 종류의 무채색과 간결한 실루엣으로 나뉜 화면 안에서 트렌치코트로 몸을 감싼 한 남자가 도시의 지붕들을 밟고 달린다. 넥타이만이 붉게 휘날리는 그의 이름은 데니 콜트. 다른 이름은 ‘스피릿’. 그는 위험에 처한 여인들을 구하러 다닌다. 여인들은 그를 사랑한다. 1940년대 신문 연재물로 인기를 끌었던 윌 아이즈너의 만화 <스피릿>은 <씬 시티>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프랭크 밀러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데니 콜트는 센트럴시티 경찰국의 신참 형사다. 그는 한때 죽었다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부활하면서 초자연적 힘을 얻었다. 데니 콜트/스피릿은 이제 센트럴시티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절대 악당 옥토퍼스에 맞서 도시를 지킨다. 1990년대 초에 영화화 판권을 사들인 프로듀서 마이클 우슬란은 <씬 시티> 개봉 이후 프랭크 밀러를 만나 <스피릿> 연출을 제안했다. 우슬란은 <씬 시티>가 원작 만화의 거친 누아르적 비주얼에 충실한 점을 높이 샀다. 때문에 <스피릿>도 100% 블루스크린 촬영, 만화 이미지 합성 등 시각효과 측면에서 <씬 시티>의 기법을 많이 따를 듯 보인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한 옥토퍼스 역엔 프랭크 밀러의 캐스팅 1순위였던 새뮤얼 L. 잭슨, 스피릿의 연인 샌드 사레프 역엔 에바 멘데스 그리고 옥토퍼스의 여비서이자 팜므파탈 실켄 플로스 역엔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다. 주인공 데니 콜트 역은 <굿 셰퍼드>에 출연한 바 있는 가브리엘 마트가 오디션을 통해 거머쥐었다. 프랭크 밀러는 <씬 시티>가 그랬던 것처럼 <스피릿> 역시 원작의 시간적 배경(1940~50년대)을 가급적 지우고 시대초월적 느낌을 살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1953년산 캐딜락과 휴대폰이 공존하는 어둠의 도시. 그 거리에, 슈퍼히어로로 부활한 필립 말로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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