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보이, 전쟁을 막으러 나서다
“아트하우스 슈퍼히어로가 돌아온다.” <엠파이어>가 지난 3월 <헬보이2: 골든 아미> 기사에 붙인 이 제목은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이후 달라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입지를 보여준다. <미믹> <블레이드2>로 소수 장르팬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던 델 토로 감독은 <판의 미로…>에서 그만의 독특한 고딕 스타일 미술을 보여줬다. 음침한 분위기와 유채 물감 가득 뿌려놓은 것 같은 강렬함. “시각적인 영화 예술가”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것도 <판의 미로…> 이후다. 그런 의미에서 <헬보이2: 골든 아미>는 작품상 전편인 <헬보이>보다 시간상 전편인 <판의 미로…>에 더 가깝다. 동화 세계의 생물들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설정부터 ‘선택의 힘’을 반추하는 영화의 메시지까지 <헬보이2…>는 <판의 미로…>의 세계를 이어간다. 언론에 공개된 수도원 세트는 ‘고대의 낡은 느낌’을 판타지풍으로 변형해 재현한다. 델 토로 역시 “2편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판의 미로…>와 연관이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헬보이2…>는 리즈 셔먼(셀마 블레어)이 헬보이(론 펄먼)와 사랑에 빠지며 막을 내렸던 전편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리즈 셔먼과 헬보이는 행복한 생활을 꾸려가고 지구를 위협했던 지옥의 구름도 서서히 잦아든다. 하지만 어느 날 누아다 왕자(루크 고스)를 필두로 한 악당이 나타나고 이들이 인간 세상에 전쟁을 선포한다. 트롤 왕국의 왕권, 황금 부대(Golden Army)의 권력을 잡기 위해 왕관을 찾아나선 그들. 헬보이가 소속되어 있는 초현상 연구 방어국(BPRD: Bureau for Paranormal Research and Defense)은 누아다 일행을 막기 위해 나선다. 델 토로 감독과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가 속편 기획 단계부터 반복해 말했듯이 <헬보이2…>는 판타지 대 실재의 구도를 지닌다. BPRD가 소속된 실재와 동화 속 생물들의 실현으로 구성된 판타지. 이를 “백인 대 아메리칸 인디언”으로 비유했던 미뇰라의 말처럼 수세기 동안 역사에서 밀려났던 보이지 않는 생물체들은 <헬보이2…>에서 기존 역사에 저항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 백발의 누아다 왕자와 누알라 공주 남매가 그 반역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대립은 곧 실재와 판타지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 헬보이가 부여받은 선택, 즉 숙제다.
헬보이가 배트맨, 아이언맨, 헐크 등 다른 여타 슈퍼히어로들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남들만큼 비싸지 않다는 것이다. 6천만달러의 제작비를 쓴 전편에 이어 델 토로는 2편에서도 7500만달러로 영화를 완성했다(슈퍼히어로물로 1억달러 이하의 제작비는 이례적이다). CG보다는 실제 코스튬을 선호한 결과다. 마이크 미뇰라와 3편 제작까지 합의한 델 토로는 “스케일은 커졌어도 예산은 그대로”라며, “7천만달러로 1억4500만달러짜리처럼 보이는 영화를 만들어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헬보이2…>를 위해 인기 게임이 원작인 <할로>의 영화화 제의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