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
18년간 떠돌던 프로젝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2009년 3월 공개될 잭 스나이더 감독 연출의 슈퍼히어로물 <와치맨>은 그 시작이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앨런 무어, 데이브 깁슨이 쓴 동명 코믹북의 판권을 이십세기 폭스가 사면서 시작된 <와치맨> 영화화는 세번의 각본가 교체, 세번의 제작사 변경, 세명의 감독(테리 길리엄, 폴 그린그래스, 대런 애로노프스키) 하차를 겪으며 겨우 잭 스나이더 손에서 완성됐다. 복잡한 구성의 원작은 애초 “영화화될 수 없는” 작품이란 평을 들었고, 앨런 무어는 “<와치맨>은 코믹북이다. 영화도, 소설도 아니다. 나는 이 책을 문학, 영화가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쓰고 디자인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와치맨>은 1985년 미국과 소비에트연방 사이의 팽팽한 대립을 배경으로 은퇴한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촘촘히 쌓인 내레이션과 대사로 진행한다. 스나이더는 “주인공이 다음 프레임에 대사를 치는 방식의 원작 구성도 영화에 그대로 반영할 거”라 말했지만 코믹북으로는 유일하게 휴고상을 수상한 <와치맨>은 누가 봐도 영화로 만들기에 쉬운 원작은 아니다.
<와치맨>의 주제는 “감시자(Watchmen)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라는 원작 속 대사 한 구절의 질문으로 축약된다. 로샤크(재키 얼 할리)가 동료의 죽음을 수사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냉전시대에 영웅으로 소비됐던 인물들이 은퇴 뒤 쓸쓸하게 사라져가는 모습을 담는다. 그리고 그 수사는 ‘미래에 재앙을 가져올 엄청난 음모’까지 이어진다. ‘슈퍼’라 하기엔 조금씩 모자란 능력자들이 거대한 이데올로기 속에서 어떻게 사라져가는지 <와치맨>은 둔중한 질문을 남긴다. 스나이더 감독은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자는 원칙으로 원작을 카피하고 주석을 다는 방식”으로 작업했고, 캐스팅도 캐릭터들의 특성을 살려 “A급이 아닌 배우”들로 캐스팅이 구성했다. 잡음이 많았던 작품이라 택한 안전한 선택이었을까. 하지만 그는 시각적인 부분에선 자신의 장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300>의 스턴트 코디네이터 데이먼 카로에게 “쿨하고 혁신적인 액션장면을” 맡겼고, 시각적으로는 <택시 드라이버> <쎄븐>을 참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