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슈퍼히어로 대백과사전] 개봉예정작 ① <핸콕>
2008-06-26
글 : 박혜명

나는야 망나니 슈퍼히어로

흑인. 알코올중독자. 그러나 슈퍼히어로. “사람들 전부 당신을 싫어해요!” “누가 신경이나 쓴대?” 심지어 지독한 냉소주의자. 존 핸콕(윌 스미스)은 명색이 슈퍼영웅이지만 사람들은 콧방귀 뀐다. 그는 곤경에 처한 시민을 돕는 게 아니라 도리어 그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책임감, 윤리의식, 준법의식 모두 제로. 설상가상 핸콕은 보통 남자들보다 ‘그것’이 한참 작다. 어쨌든 핸콕은 슈퍼히어로가 맞다. 그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들이받아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초음속으로 하늘을 날 수도 있다. 핸콕의 홍보담당자인 레이(제이슨 베이트먼)는 그 덕분에 목숨도 구했다. 레이만큼은 핸콕을 지지한다. 핸콕이 자기 아내 메리(샤를리즈 테론)와 바람을 피운다는 걸 알기 전까지.

이 정도쯤 되면 감독 피터 버그(<킹덤>)가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은 오리지널 캐릭터”라고 당당히 말할 만하다. 마이클 만, 토니 스콧, 조너선 모스토(<터미네이터3>), 가브리엘 무치노(<행복을 찾아서>) 등을 거쳐 2005년 피터 버그 손에 도착한 시나리오에는 핸콕이 자신과 섹스 중인 여자를 죽이지 않으면 오르가슴도 못 느끼는 남자 캐릭터로 묘사돼 있을 정도였다. <핸콕>은 1996년 빈센트 응고라는 작가가 쓴 말썽 많은 열두살 소년의 망나니 슈퍼히어로물 원안에서 출발했다.

<핸콕>은 7월2일 전세계 동시개봉을 예정하고 스토리에 관한 한 극비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마케팅 컨설턴트들은 제목이 너무 모호하다며 <영웅은 죽지 않아> <영웅 같지 않네> <영웅보다 못해> 등의 제목을 추천했다는데 소니쪽은 윌 스미스의 스타성에 모든 마케팅을 집중시키면 된다며 제목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한다. 스튜디오 간부들은 <핸콕>의 예고편이 액션코미디 방향으로 나와 매우 만족해하는 분위기지만, 이 영화가 예고편만큼 신나고 유쾌하기만 할지는 미지수.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핸콕>은 등급심의에서 두 차례나 R등급을 받았고 현재까지 관람등급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PG-13등급을 받기 위한 과정에서 법적 강간에 해당하는 장면 등이 잘려나갔다.

윌 스미스는 이 영화를 이렇게 홍보한다. “마이클 만 버전의 알코올중독 슈퍼히어로물.” 각색 과정에 마이클 만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며 “여름이면 나오는 속편들과 특수효과를 처바른 영화들 사이에서 너무나 대조적으로, 기업화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향한 도박”이란 휘황찬란한 문구로 우려를 표했다. 한편 ‘선더버드’(Thunderbird)나 ‘나이트 트레인’(Night Train) 같은 미국 내 유명 저가 주류 브랜드가 이름을 빌려주지 않아 <핸콕>의 미술팀은 ‘아부지는 보드카를 퍼드셔’(Pap Smear Vodka)와 같은 가짜 브랜드를 만들어 진열했다고 한다. <핸콕>의 제작비는 1억5천만달러. <배트맨 비긴즈>와 동일한 액수인 이 거대 예산에는 슈퍼히어로 슈트 개발·제작비용도 물론 포함돼 있다. 핸콕이 입기 싫어한다는 게 문제일 뿐.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