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여명] 사랑에 울다 다음엔 보디가드로
2009-04-03
글 : 주성철
사진 : 이혜정
여장배우 매란방 역의 여명

여명은 늘 외롭고 쓸쓸한 남자였다. 그는 무수한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다른 홍콩 배우들처럼 일종의 버디무비랄까, 의리에 죽고 사는 친구로 나온 적도 별로 없다. 왕가위(<타락천사>), 두기봉(<진심영웅>), 장완정(<유리의 성>), 허안화(<반생연>), 진가신(<첨밀밀>), 서극(<칠검>), 유위강(<무간도: 종극무간>), 정소동(<연의 황후>) 등 정말 많은 감독들과 함께했지만 2편 이상 함께한 경우를 찾기 힘들고 심지어 특정한 속편에 나온 기억도 없다. 그래서인지 여명은 유명세에 비하자면 마치 ‘섬’처럼 느껴지는 배우다. 그것은 어쩌면 그 스스로 늘 새로운 도전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란방>에 대해서도 “내가 연기하는 최초의 실존인물”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매란방>은 그러한 여명의 캐릭터가 짙게 반영된 작품이다. 늘 세상과 싸우면서 경극을 배웠고, 한 계단씩 성장해나가면서 그 고독은 배가됐으며,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사랑의 감정에 몸서리쳤다. 문제는 결국 사랑이다. 여명은 늘 그 감정에 아파하는 남자였다. “멜로영화만으로 기억되긴 싫지만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런 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영화도 <첨밀밀>(1996)이다. “사랑 앞에 주저하지만 그 운명의 힘을 결코 거스르지 못하는 남자”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비슷하다. 그래서 그는 <매란방>이 같은 첸카이거 감독의 경극 소재 영화인 <패왕별희>(1993)보다 <첨밀밀>의 정서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한다.

<매란방> 이후 그는 잠시 멜로영화로부터 떨어져 있을 생각이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지만 “연기하기에 가장 힘든 감정”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 다음 작품은 실존인물 쑨원과 그의 암살을 막으려는 8명의 보디가드에 관한 이야기인 <십월위성>인데 견자단, 임달화, 사정봉 등과 함께 그 보디가드들 중 하나로 등장할 예정이다. “올해 촬영에 들어갈 중화권 영화들 중 최고 제작비를 기록하게 될 작품이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렇게 매란방은 이제 보디가드가 되어 내년에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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