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프레임 안에서 탄생한 풍경
2010-11-25
글 : 이화정
건축전문가 등 10인이 탐구한 영화 속 공간의 세계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2회를 맞이했다. 11월11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영화를 통해 건축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국내외 현대 건축의 흐름을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건축은 사회와 역사, 문화와 자연, 그리고 인간을 하나로 어우르는 매개로 존재한다. <씨네21>은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제시한 건축과 스크린의 상관관계를 영화 속 공간과 캐릭터로 규정해 보았다. 영화라는 허구의 세계. 스크린 속 공간은 이 가상의 세계를 현실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편이다. 공간을 분석하는 순간, 캐릭터는 프레임 안에서 실제의 인물로 둔갑한다. 영화 속, 인물이 존재하는 각각의 점들을 연결하는 순간, 그를 규정할 이유가 생기는 것은 물론, 그의 행동, 그의 사정을 모두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거대한 도시도, 거리의 풍경도, 건축물도, 또 가상으로 만든 미래의 모습도 모두 영화 속 공간에 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크린 속에 구현된 공간에 관한 좋은 예는 무엇일까? 공간에 감식안이 있는 전문가들을 섭외해 그들에게 영화 속 ‘좋은 공간’을 물었다.

건축가 황두진은 평범한 동네에 존재하는 기괴한 이면을 <마더>의 산동네에서 찾았고, 건축평론가 전진삼은 <고양이를 부탁해>가 보여준 인천의 쇠락한 풍경의 의미를 되새김했다.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는 <배트맨>과 007 시리즈가 보여주는 각각의 가치가 공간에 불러온 차이를,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건축가로 활동 중인 오기사는 영화를 위해 맞춤 설계된 <시계태엽 오렌지>의 호화저택을 언급했다. 관련 영화를 준비 중인 감독들에게도 ‘공간’은 민감한 연구 과제가 된다. 최근 건축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는 정재은 감독은 <샤이닝>의 공간이 불러온 공포의 극대화에 대해 말한다. 차기작으로 <건축학개론>을 준비하며 캐릭터와 공간의 상관관계를 연구 중인 이용주 감독은 그 둘의 조화로운 예로 허진호 감독의 작품을 꼽았다. 영화와 건축의 접점을 환기시키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도 공간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먼저, 집행위원인 건축가 강병국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지적인 게임을 현실화해준 <인셉션>의 사이버 공간을, 한선희 프로그래머는 LA의 모던한 정서를 낭만과 결부한 <500일의 썸머>의 멜로 공간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