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사이버 스페이스의 진화를 꿈꾸며
2010-11-25
<인셉션>의 상상 초월 가상공간

미로를 설계할 건축학도 아리아드네를 처음으로 데려간 꿈속 공간은, 말 그대로 현실이 아닌 꿈속, 즉 가상공간이라는 기대답게 중력을 무시한 엄청난 도시로 표현된다. 아리아드네에게 설명하는 ‘펜로즈의 계단’뿐만 아니라 ‘킥’, ‘토뎀’, ‘투영체’와 같은 용어까지, 아니 ‘미로’라는 단어까지, 이 영화는 여태껏 상상하지 못했던 가상공간적 볼거리로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그러나 총상당한 피셔를 위해 다시 한번 꿈의 아래 레벨로 간 곳, 바로 코브가 부인 멜과 함께 50년 동안 만들었다는 도시는 사람이 배제된 적막감으로 사이버 이미지를 만들 뿐이다.

사실 도입부에서 그려진 꿈이라는 가상공간은 전제된 상상력답게 그 가능성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현실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 되어버린 설원 요새까지의 가상공간은 언뜻 사이-파이(Sci-Fi)영화에서 흔히 봐왔던 무중력을 호텔 복도에 펼쳐 놓았을 뿐이고 사이토를 구해와야 할 림보와 같은 매력적인 공간표현마저 너무도 평이하게 그려졌으니 말이다. 오히려 데이비드 보위가 출연한 영화 <라비린스>(1986)에서 표현된 에셔의 무한공간과 영화 <13층>(1999)에서의 시간적 요소가 그리워지는 건 가상공간만 생각해서일까…?

아무튼 이 영화는 꿈이라는 가상공간보다 꿈속의 또 다른 꿈으로 5단계까지 단막별로 연결짓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지적인 퍼즐게임으로 즐겁다. 이젠 사이버 스페이스를 눈여겨볼 때다. 3D 아이맥스로 본 <아바타>(2009) 공간 속에 프로그래밍된 인터랙티브까지 가능하다면 이것저것 다 팽개치고 가상공간에서만 안주하는 폐인들로 또 하나의 정부 규제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니까…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글 강병국 (건축가·서울건축영화제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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