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산,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사나이의 눈물
2011-01-11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김상진 감독의 <투혼>(가제)

<투혼>(가제)은 한때는 맹위를 떨쳤지만 2군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 투수 ‘도훈’이, 아내의 병으로 그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성숙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신파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바깥 활동으로 정작 가장 소중한 가족에겐 소홀한 보통의 남자들의 이야기, 어쩌면 평범할 수 있는 이 시대 부부의 모습이기도 하다. 얼핏 단출한 드라마지만 김상진 감독이 <투혼>을 연출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표작들을 아무리 열거해 봐도 김상진 감독은 ‘코미디’와 떨어진 적 없는 밀착관계였다. 연출의 변에 앞서 덜컥 그가 웃음이 아닌, 울음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이 열 번째 작품이다. 코미디만 하다 보니 내가 물리더라. 늘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감독으로서 욕구가 있었고, 내 나름대로 열 번째 작품이란 의미를 더하고 싶었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특사>같이 연작을 할 때면 ‘비슷한 웃음’이라고 비판받았고, 코믹 안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달리한 <귀신이 산다>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을 하면 ‘김상진이 달라졌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같은 코믹물이지만 코믹을 베이스로 점차 영역을 확장해 나가려는 의도가 있었다. <실미도>와 <이끼>를 거치며 누구도 강우석 감독에게서 코믹을 연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투혼>은 점차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 위한 김상진 감독의 전초전이 될 영화로도 볼 수 있다. “여태껏 상황 안에서 웃음을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드라마의 감정선을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초고를 보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내 모습이 반영되어’ 감정적으로 동요했다는 그는 <투혼>을 통해 그 진득한 감동을 전달하고자 한다.

물론 마지막의 비장미에 앞서서는 김상진 감독 특유의 웃음이 빠질 리 없다. “전작처럼 극단적인 코믹은 아니지만 캐릭터가 표현하는 소소하고 경쾌한 재미는 한껏 살릴 예정이다.” 촉매제는 다름 아닌 배경이 된 부산, 그리고 도훈이 소속된 ‘롯데 자이언츠’라는 설정이다. 애정표현에 서툰 부산의 정서와 지역 언어가 곧 자연스런 웃음으로 이어지고, 그 웃음으로 영화의 비극을 더 강하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무뚝뚝하고 안하무인이지만 가족으로 인해 자아를 되찾아가는 도훈 역으론 이미 김주혁이 캐스팅됐다. 김상진 감독은 “전형적인 강한 이미지의 배우에 비해 김주혁에겐 채색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많다”며 캐스팅의 이유를 들었다. 최고의 투수라는 설정상 김주혁은 이미 야구 연습에 몰입 중이며, 더불어 부산 지역 언어 습득에도 매진 중이다. 미운 남편이지만 애정으로 그를 감싸는 아내 역은 아직 캐스팅 중. 김상진 감독의 영화에 이미 출연한 적 있는 여배우가 물망에 올랐다. 또 <제빵왕 김탁구>에서 탁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오재무가 도훈의 아들로 출연, 웃음과 눈물을 배가시킬 예정이다. 1월 중순 크랭크인을 앞둔 <투혼>은 늦여름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야구경기 어떻게 찍나

<투혼>은 소소한 드라마지만 35억~40억원 예산의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바로 영화의 주요 소재인 야구 장면 연출에 제작비가 대거 투입되기 때문이다. 주연 캐릭터인 도훈이 ‘롯데 자이언츠’ 소속인 만큼 제작 초기부터 구단과 협의, 다행히 제작후원을 받기로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경기장면은 그래서 모두 부산 사직구장에서 촬영된다. “야구장면이 잘못 연출되어 정작 드라마에 흠을 주면 안된다”는 것이 김상진 감독의 각오. 야구장면의 리얼한 연출을 위해 정교한 CG는 기본. 이미 출연배우들이 야구선수의 폼을 익히기 위한 ‘혹한기 훈련’에 돌입했으며, 실제 프로야구 선수 출신 배우를 캐스팅하기도 했다. 프로야구가 시작되는 2월 이전 경기장이 한가할 때 스크린 속 화려한 야구경기의 모습이 모두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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