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진짜 3D 영화가 온다
2011-01-11
글 : 김도훈
사진 : 최성열
김지훈 감독의 <제7광구>

<괴물>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한국에서 괴물이 등장하는 SF블록버스터를 제작하고 또 흥행에 성공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믿음이 생긴 건 봉준호의 <괴물>부터였다. 이 장르를 유독 낯설어하던 한국 관객의 구미는 당겨졌고, 윤제균이 <7광구>를 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누구도 조소하지 않았다. <7광구>는 한·일 공동개발구역인 7광구의 석유시추선 이클립스호를 무대로 한 괴물영화다.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송새벽, 차예련 같은 배우들이 해저에서 기어올라온 괴물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 시간은 단 하루이고, 대부분의 인물들이 장렬하게 죽어나갈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갇힌 공간을 무대로 한 괴물영화라는 점에서 <괴물>과 달리 <7광구>는 할리우드 괴물영화 장르의 본격적인 충무로 이식 선언이라고 할 법하다.

원래 윤제균이 감독하기로 됐던 <7광구>의 메가폰은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에게 넘어갔다, 라고 우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지훈 감독은 “윤제균 감독이 <해운대> 촬영에 들어가기 1주일 전에 처음 나에게 제의를 했다”고 설명한다. “그땐 거절했다. (웃음) 괴물영화인데다가(웃음), <화려한 휴가> 이후 큰 영화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었다. 그런데 1년 만에 다시 나에게 감독직 제의가 돌아왔다. 운명이라고 생각했고, 또 나와 한국영화계에 필요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무한도전> 찍는 느낌으로 찍었다. (웃음)” 김지훈 감독은 이미 지난 9월28일 본 촬영을 끝내고 특수효과 회사인 모팩 스튜디오에서 비밀스러운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들은 지금 어떤 괴물을 만들고 있는 걸까. <7광구>의 몇몇 비밀들을 키워드로 풀어봤다.

괴물 디자인 물론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건 괴물이다. 깊은 해저에서 시추선을 타고 올라온 괴물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일까. 해저 출신의 괴물이라는 점에서는 제임스 카메론의 심해다큐멘터리 <에일리언 오브 딥>(Aliens of the Deep)에 나왔던 반투명의 발광하는 생명체를 머릿속에 조금 떠올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맞다. 심해 생명체에서 힌트를 얻은 괴물이니까 약간 반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설득력 아니겠는가. 모팩 장성호 대표가 디자인한 여러 괴물들을 놓고 어떤 게 가장 설득력이 있느냐로 토의를 많이 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멋진 디자인보다는 관객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찾는 게 중요한데, 그걸 확보해서 자신감이 생겼다.” 돌려돌려 말하는 김지훈 감독에 이어 모팩의 장성호 대표가 힌트를 더한다. “처음 윤제균 감독이 기획할 땐 반투명에 발광체의 해저 생명체를 좀더 닮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디자인은 리얼하다기보다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너무 강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좀더 현실감이 있는 괴물이다.”

대중을 위한 마니아영화 김지훈 감독은 특별히 괴물이 등장하는 SF 장르영화의 팬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화려한 휴가> 때도 광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냐고 물어보더라. 아니. 미리 공부하면 머리 아파서 안 했다. (웃음) 하지만 그 때문에 더욱 객관적이고 또 편안한 지점도 있었다. 다루려는 소재나 장르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사람이라면 장단점을 오히려 확실히 알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 만약 내가 괴물영화의 마니아였다면 이 영화의 공정은 훨씬 더뎠을 것이다. 마니아로서 지나치게 장르적 디테일로 빠져들다보면 오히려 영화적 재미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7광구>는 마니아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대중영화로서 평균지점을 찾는 게 연출자의 몫이다.”

7광구라는 무대 제목의 유래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7광구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의 대륙붕을 의미하는 지명이다. 이 지명이 유명해진 이유는 박정희 정권이 지난 1970년 7광구가 한국의 영해임을 공식 선포하면서다. 박정희는 8만㎢에 이르는 7광구 해역의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흑해 유전과 맞먹는 72억t이라고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외교전쟁이 시작됐고 1974년 두 나라는 한·일 대륙붕협정을 맺어 이 지역을 공동개발구역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논쟁거리가 존재한다. 지난 2004년 일본은 7광구가 전혀 경제성이 없다며 개발 참여를 중지했고, 국내에서도 7광구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박정희 정권의 쇼였다는 지적들이 있다. 김지훈 감독은 “7광구는 70년대와 80년대, 시대의 꿈이었다”고 말한다. “7광구는 자원주권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있는 장소였다. 일본과의 독도문제도 사실 그 주변의 자원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7광구도 일본이 같이 개발하기로 하고 참여를 철회한 상태고, 협정이 파기되면 한국의 개발에도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 산유국을 향한 꿈이 <7광구>라는 영화의 기저에 깔려 있다.

그린 스크린 <7광구>는 시추선 내부를 충실하게 재현한 세트를 18개나 지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장면은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촬영됐다. 문제는 감독도 배우도 이런 <아바타>적 환경 속에서 작업한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무지 헤맸다. (웃음) 내가 대체 촬영장에 가서 뭘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집중이 되기 시작했다. 배우들도 마침내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 희열을 느끼듯이, 점점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하기 시작했다.” 김지훈 감독은 <아바타>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서 어떤 힌트를 얻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감독이 아주 정확하게 지시하지 않아도 배우와 스탭들이 두루뭉술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있다. 하지만 <7광구>처럼 그린 스크린 앞에서 가상의 존재와 촬영하는 영화는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모든 게 틀어진다. 감성도 중요하지만 수학적인 논리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여전사 하지원 <7광구>는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송새벽, 박철민, 차예련 등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방점이 하지원에게 찍혀 있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윤제균 감독님은 ‘한국에도 여전사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국에도 안젤리나 졸리가 필요하고, <7광구>는 감히 말하자면 하지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도 많았다. 하지원 역시 촬영 전부터 많은 준비를 했고, 덕분에 영화에는 하지원의 장점이 많이 녹아 있다. <세븐 데이즈>는 김윤진이라는 배우 덕분에 가능했던 지점들이 있는 것 처럼 말이다.”

한국 최초의 3D 블록버스터 김지훈 감독은 <7광구>가 “절대 2D를 컨버팅한 3D영화가 아니”라고 말한다. 장성호 대표에게 물어봤다. “물론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 부분은 컨버팅 기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외 배우들이 움직이는 배경과 괴물은 완전히 CG로 만들어서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 렌더링을 한다. 컨버팅으로 3D화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인물들만 나오는 부분들 중에서는 컨버팅만으로 3D화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그 부분은 전체 분량의 10%가 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본격적인 3D 촬영에 일부 컨버팅을 결합하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컨버팅을 하면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도드라지는 부분들은 모두 3D로 실사촬영했고, 현재 모팩은 CG를 입히는 작업을 아예 3D로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의 첫 본격적인 3D를 만드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장성호 대표는 답한다. “마시지 말아야 할 독배를 마시는 중이다. (웃음)”

한국형 블록버스터 물론 <7광구>가 할리우드 선배들(그러니까 <에이리언>은 물론이고, 그걸 다시 해저에서 카피한 <레비아탄> 같은 영화들까지)의 장르적 법칙을 따르는 영화인 건 사실이다. “윤제균 감독님이 편집본을 보더니 ‘이거 할리우드영화잖아!’라고 하시더라. (웃음) 할리우드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관객을 쉬게 만들지 않는다는 거다. 중·후반부의 밀어붙이면서 나아가는 힘은 할리우드 공식을 많이 따랐다.” 하지만 김지훈 감독은 <7광구>가 “<해운대> 같은 이전 한국형 블록버스터들보다는 한국적인 부분이 조금 적기는 하지만 여전히 웃음과 눈물이 있는 한국영화”라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한국형 주인공은 괴물을 물리치면 할리우드의 주인공과 달리 펑펑 울지 않을까? 인간의 탐욕 때문에 생겨난 괴물을 죽이고 나서도 애절함 같은 걸 느끼는 게 한국인일 것이다. 외국인들은 ‘새가 노래한다’고 표현하지만 우리는 ‘새가 운다’라고 하지 않는가. (웃음) 그 차이 같다. 일부러 한국적인 공식을 거부할 이유도 없고, 그걸 굳이 꼭 따라갈 이유도 없다. 한국 블록버스터의 그런 정서는 우리 마음속에 잠재된 우리의 일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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