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비즈니스 아닌, 아이돌의 삶에 대하여
2011-01-11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라희찬 감독의 <해피 투게더>(가제)

이만큼 시의적절한 소재도 없어 보인다. <해피 투게더>(가제)는 화려한 아이돌의 본격 백스테이지다. 화려한 무대, 돈, 인기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기획사와 멤버를 둘러싼 속사정은 만만치 않다. 영화는 아이돌 그룹 ‘미스터 썬샤인’의 리더가 무대에서 추락, 위기를 맞고 그 공백을 대신할 보컬로 홍대 인디밴드 출신의 ‘유진’이 영입되면서 시작된다. 여기엔 메인으로 자리한 아이돌과 홍대 인디밴드 출신의 자존심이 충돌하고, 대형 기획사의 횡포에 제동을 거는 매니저 ‘구주’를 통한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며, 재능 하나만 믿고 이 바닥에 뛰어든 유진과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키우려는 매니저 구주 사이의 멜로 라인도 형성된다. 아이돌이 키워드로 결국 지금 가요계의 폭풍의 핵으로 뚫고 들어갈 태세가 엿보인다.

“그런 거창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웃음)” 장진 감독의 조연출 출신, 전작 <바르게 살자>로 ‘장진 사단’이란 수식어로 불리던 라희찬 감독 신작. 감독은 <해피 투게더>에서 일단 무거운 해석을 걷어낸다. “시작은 춤과 노래에서부터였다. 아이돌과 홍대 출신 뮤지션, 서로 다른 성질의 음악을 하는 아이들이 한 무대에서 만나면 어떨까. 에필로그를 만들었고, 정작 이야기는 그 다음에 덧붙여졌다.” 라희찬 감독은 아이돌이 가진 문제야말로 이미 대중에게 오롯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해피 투게더>는 결국 ‘핫한 소재’보다 인물 각각의 캐릭터에 치중한다. 메이저가 되고 싶으나 메이저에서 튕겨나올 수밖에 없는 그룹. 서로 비즈니스적인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음악으로 소통하고 상대방으로 인해 변화할 수 있는 여지들, 고집스럽던 자신의 음악색을 변화하는 과정에서 음악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 반추해보는 작업들. 이 미묘한 과정을 프로듀서, 매니저, 아이돌 멤버, 홍대 출신 밴드 등의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그의 주제다. 드라마를 베이스로 하지만 물론 <바르게 살자>의 경찰 출신 은행강도 정재영이 보여줬던 엇박의 유머 코드는 여전히 가져간다. 기획사 대표로 분한 김수로를 비롯해 이문식, 고창석, 주진모 등의 연기가 조화를 이룬 코믹한 터치를 오버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절히 활용한다면 자연스런 웃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다.

피해갈 수 없는 관건은 캐스팅이었다. 소신있는 자신의 음악을 고집하는 주인공 유진은 지현우가, 그를 발탁하고 키워나가는 매니저 구주 역엔 박시연이 캐스팅됐다. 실제 아이돌 출신 박재범 역시 극중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 출연한다. “소재 때문에 아이돌이 대거 출연할 것 같지만 그런 가외적인 요소로 관심을 흐리고 싶지 않았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대형 기획사들과 미팅을 가졌지만 전문 연기자가 아니라는 점, 스케줄 조절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라희찬 감독은 “재범 역시 가수 활동의 부차적인 정도로 촬영에 임하지 않을 것을 확답 받고서야 캐스팅했다”고 전한다. 1월 말 크랭크인을 앞둔 <해피 투게더>는 전주에서 멤버들의 합숙소로 사용되는 체육관 세트 장면 촬영을 비롯해 공연장면 등을 모두 촬영, 올 여름 개봉예정이다.

창작곡부터 리메이크곡까지

드라마를 온전히 지탱하기 위해서 <해피 투게더>가 풀어야 할 숙제는 ‘음악’이다. 스케일을 담보한 공연장면의 연출을 비롯, 주연 캐릭터들이 소화해야 할 노래들 하나하나가 모두 영화의 전체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 <해피 투게더>의 음악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음악을 연출한 박경진 음악감독. 거미, 휘성 등 뮤지션들의 음악작업으로도 유명한 그는 극중 필요한 아이돌 음악을 비롯해 홍대 밴드의 음악 등을 총괄 프로듀싱한다. 창작곡은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배우들이 마스터할 수 있는 리메이크곡도 적절히 활용한 곡들. 지금의 댄스곡보다는 보컬이 강조된 90년대 후반 아이돌 곡들에 더 가깝다. 배우들은 이미 보컬, 안무 등의 트레이닝에 돌입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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