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칠공주들 찾아 삼만리
2011-01-11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강형철 감독의 <써니> 촬영현장
<써니>에 맞춰 춤을 추는 6명의 소녀들. 앞줄 왼쪽부터 강소라, 남보라, 박진주. 뒷줄 왼쪽부터 김민영(남보라에 가렸다!), 민효린, 김보미.

지난 12월1일, 전북 고창의 옛 대성고등학교 미술실. 재잘재잘 깔깔깔. 7명의 소녀들이 모이니 웃음과 수다가 떠나지 않는다. 명랑한 소녀들은 무뚝뚝한 아그리파 석고상조차 미소 짓게 만드는 마술을 부렸다. 보니엠의 <Sunny>가 울려퍼지자 냉기 돌던 복도에도 생기가 돌았다. 앞머리에 뽕을 넣고, 레이스 달린 공주 치마를 입고, 원색의 티셔츠를 바지 안에 집어넣은 6명의 소녀들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하늘에 콕콕 찔러대며 <써니>에 맞춰 춤을 췄다. 멜빵바지를 입은 한 소녀는 이들 무리에서 살짝 떨어져 VHS 카메라에 친구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들은 누굴까? 진덕여고 칠공주파 ‘써니’의 리더 춘화(강소라),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 온 나미(심은경), 얼짱 얼음공주 수지(민효린), 쌍꺼풀에 인생 건 못난이 장미(김민영), 미스코리아가 꿈인 복희(김보미),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는 금옥(남보라), 귀여운 욕쟁이 진희(박진주), 이들은 1980년대를 찬란하게 통과하고 있는 진덕여고 ‘써니’의 멤버들이다. 그리고 이곳은 강형철 감독의 신작 <써니>의 막바지 촬영현장.

<써니>는 ‘써니’의 멤버였던 나미가 말기 암으로 두달여밖에 살지 못하는 춘화와 재회하고, 춘화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써니’ 멤버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는 같은 비중으로 교차 진행된다. 이날은 과거장면 촬영이 이어졌다. 현재의 주인공들(박스 참고)은 고교 시절에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어릴 적 꿈꾸던 모습에서 너무나도 멀어져버린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비디오테이프에는 행복했던 젊은 시절의 한때가 담겨 있다. 강형철 감독이 말한 “인생의 아이러니”가 직접화법으로 전달되는 장면이다.

<과속스캔들> 이후 1년 동안 글 한자 쓰지 않았다는 강형철 감독. <써니> 촬영현장에선 여유를 되찾았다.

고교 시절을 연기하는 7명의 젊은 배우들은 실제로 심은경만 빼고 모두 20대다. 맏언니인 민효린이 현장에선 가장 막내 같았고, 막내인 심은경이 영화 경험이 많아서인지 듬직한 맏언니 같았다(어떤 배우들은 장난으로 심은경을 ‘심 선생님’이라 불렀다). 강형철 감독은 이들에게 “일단 친해질 것”을 주문했다. 민효린은 “<써니> 안무 연습하기 전엔 서먹서먹했는데, 땀 흘리면서 안무 연습하다 보니 친해졌다”며 동료 배우들과의 돈독한 우정을 강조했다.

고교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와 40대 어른을 연기하는 배우는 얼마나 닮았을까. 완벽한 튜닝의 결과,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린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훌륭한 매칭이 이루어졌다. 유호정의 고교 시절은 심은경이, 진희경의 고교 시절은 강소라가 연기하는데, 장미 역의 김민영은 “얼마 전 현장에 진희경 선배님이 놀러오셨는데 (강)소라와 너무 닮아서 신기했다”며 배우들간의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강형철 감독은 성인 배우들이 워낙 쟁쟁해서 촬영현장이 “<여배우들>의 실사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는데 기우였다고. 성인 배우들도 계를 만들어 촬영이 없는 날에도 자주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강형철 감독은 “현장의 즐거움” 때문에 여자가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썼다고 했는데, 그 기대가 딱 맞아떨어진 현장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화기애애한 여배우들의 호흡과 화합이 <써니>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얼음공주 수지(민효린)를 친구들이 에워싼다. 수지도 결국 ‘훗’ 하고 웃는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교실을 빠져나가는 나미(심은경). 심은경은 <써니> 촬영 뒤 영국으로 유학간다.

음악도 <써니>의 중요한 한축을 담당한다. 보니엠의 <Sunny>를 비롯해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 턱&패티의 <Time After Time>, 조이의 <Touch By Touch>,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 등 1980년대 대표 팝송이 영화에 다수 쓰인다. “<Time After Time>을 들으면서 남편과 딸을 위해 조심스럽게 새벽에 일어나 상차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영화의 오프닝을 만들었다. ‘써니’의 소녀들, 라이벌 일진들, 시위대 등이 엉켜 패싸움하는 장면을 쓰면서는 유치한 느낌의 팝송 <Time After Time>이 생각났다.” 촌스럽지만 귀에 팍팍 꽂히는 음악은 영화에 유머를 불어넣으며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12월에 촬영을 모두 마친 <써니>는 2011년 4월 말 개봉예정이다.

‘써니’의 소녀들과 아줌마들

나미 심은경→유호정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을 와분” 시골 소녀. 25년 뒤엔 잘나가는 남편과 예쁜 딸을 둔 평범한 주부가 된다.

춘화 강소라→진희경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칠공주파 ‘써니’의 리더. 사업에 성공한 자산가가 되지만 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장미 김민영→고수희
쌍꺼풀에 인생 건 진덕여고 못난이. 남편의 사업 실패 뒤 보험설계사로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금옥 남보라→이연경
치과집 무남독녀로 귀하게 자란 문학 소녀. 육아와 시집살이에 지쳐 작가가 되리라던 꿈마저 잃어버린다.

복희 김보미→김선경
미스코리아가 꿈인지라 평상복으로 드레스를 자주 입는 진덕여고 공주. 커서는 현실에 발목 잡혀 모든 것을 포기한다.

진희 박진주→홍진희
나미에게 전라도 욕을 따로 배울 만큼 욕을 사랑하는 욕쟁이 소녀. 과거를 지우고 엘레강스한 부잣집 사모님이 된다.

수지 민효린→??
진덕여고 얼짱 얼음공주. 25년 뒤엔? ‘써니’ 멤버들의 친구 찾기 프로젝트, 그 마지막에 공개되는 수지는 영화 개봉 전까지 꽁꽁 베일에 싸인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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