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은 참으로 이상하고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너무 쉽고 재미난 이야기인 것도 같다가 또 심오한 인생 이야기인 것도 같습니다. 주인공이 서울의 북촌에서 길을 잃고 시간도 잃고 맴맴 도는 영화입니다. 영화제 등을 통해서 이미 본 사람들의 반응은 참 다양합니다. 놀랍다, 슬프다, 웃기다, 각지각색입니다. <북촌방향>은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요. 뭐가 그리 재미있는 걸까요. 영화 속으로 들어가 북촌을 마음껏 거닐어봤습니다. 그리고 홍상수 감독을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도 보았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더 반가운 배우들, <북촌방향>의 주연배우들인 송선미, 김의성, 김보경도 만났습니다. 자, 이제 북촌으로 가볼까요. 슝슝!!
<북촌방향>의 홍상수와 대구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창작자로부터 시작하고 싶다. 의외겠지만 그는 한국영화계의 어느 감독이 아니며 세계영화계의 그 누구도 아니고 동시대에 함께 살고 있으며 국내에서 문학을 하는 한 비범한 창작자다.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 김훈이 내게는 홍상수의 대구로 보인다. 이 비교는 이상한 것으로 들리기 쉽다. 김훈도 홍상수도 개별의 인간들에 새겨진 그 구체적 존엄에 관하여 무한 신뢰를 지녔고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실체가 심연이라는 진실을 이해하고 있어서 김훈은 “말할 수 없는 건 끝내 말할 수 없다”고 말하고 홍상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영화 제목까지 짓지 않았던가. 그들은 삶의 실체에 대해서 똑같이 고개를 숙여 겸손하다. 그런데 둘 사이에는 중요한 대극의 차이가 있는데 그들은 실체에 접근하는 인식의 방식과 과정이 다르다. 내 생각에는 그게 다르면 크게 다른 것이며 정확히 다른 것이다. 예컨대 자리가 주어질 때마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언해온 김훈이 어느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편의 영화 강연자로 초청받았을 때 그는 저 유명한 <칼의 노래>의 첫 문장에 대한 고뇌, 그러니까 사실에 입각하기 위해 ‘꽃은 피었다’를 ‘꽃이 피었다’로 바꾸어 쓴 그 배경을 다시 밝히며 완강한 사실 위에서 성립한 영화의 양식이 있다면 그건 아마 다큐멘터리일 거라고 말했다. 반면 홍상수는 언젠가 사석에서 단호한 어조로 “나는 완전한 사실로서의 다큐멘터리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