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현실의 시간에 근접한 명랑함
2012-04-1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오계옥
옥스하이드> 3부작의 리우지아인 감독

“지아장커 이후 새로 급부상한 가장 흥미로운 중국 감독”이라는 평가까지도 받아낸 리우지아인. 그녀의 작품 <옥스하이드2>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만두를 빚는 아버지와 어머니 옆에 끼어 앉은 그녀, 정확히 동일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며 한손에는 만두에 넣을 부추를, 또 한손에는 자를 든 채로 고집을 피우고 있다. 마치 자기 영화의 숏들을 자로 잰 듯 자르는 것처럼 부추도 그렇게 자른다. 엄밀함에 대한 그녀 자신의 강박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한편 이런 장면도 있다. 아버지가 만두를 들어 눈 위에 붙이고는 마치 하얀 눈썹이 생긴 것처럼 장난을 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만 실은 극영화이므로 아버지의 재치있는 연기는 평소의 일화에서 가져왔을지라도 리우지아인의 연출을 거친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때로 불쑥불쑥 명랑하다. 리우지아인 영화의 두 장점, 엄밀함과 명랑함의 예가 되는 장면이다.

1981년생이며 베이징전영학원 출신이고 23살에 만든 첫 번째 장편 <옥스하이드>(2005)와 두 번째 장편 <옥스하이드2>(2009)로 이미 각광을 받은 바 있는 리우지아인은 차기작으로 <옥스하이드3>까지 준비 중이다. 이른바 ‘<옥스하이드> 삼부작’이다. ‘옥스하이드’는 소가죽이라는 뜻이며 리우지아인의 아버지가 소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어 파는 데에서 유래됐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늘 영화감독 자신,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렇게 셋이 전부다. <옥스하이드>는 가족이 모여 앉은 어느 밤의 풍경이자 23개의 일화가 롱테이크숏으로 110분간 담겨 있다. <옥스하이드2>에서 리우지아인은 더 밀도를 높인다. 저녁으로 만두를 빚어 먹는 장면으로만 한정하여 9개의 롱테이크숏을 사용하고 상영시간은 132분이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도통 지루하지가 않다.

<옥스하이드>

엄밀함의 장점은 대개 숏의 구성이 맡는다. 때때로 인물들의 얼굴을 배제하고 단지 신체의 일부만 보여주는 방식을 감수하면서도 이 적은 수의 숏들의 연결은 영화를 더욱 사려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사소한 하룻밤이 아니라, 단지 만두를 먹는 저녁식사가 아니라 아름다운 영화적 구도로서의 하룻밤과 저녁식사가 완성된다. 그에 반해 명랑함은 예외없이 이 가족의 연기 앙상블이 만들어내는데, 리우지아인은 수많은 리허설이 그 자연스러운 연기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리허설이 모든 아마추어를 훌륭한 배우로 만들진 못하므로 그 말은 믿기 어렵다. 이 영화는 때때로 다큐로 착각될 정도이니 그들은 본래부터 맹랑하고 명랑하기 짝이 없는 명연기자들일 것이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은 연속된 행위를 관찰하는 것, 실제로 현실시간에 근접해지는 것이다. 나와 부모가 출연하는 제한적인 방법과 인물관계를 통해 그걸 해보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은 자신의 극영화가 지극한 현실감을 추구했음을 인정하는 표식이다. 그녀는 이렇게도 말했다. “<옥스하이드>가 조금 과잉적이거나 극단적이었다면 <옥스하이드2>에서는 조금 더 유연하게 진짜 삶에 더 가까이 가려 했다.” 디지털 시대 이후 등장한 중국의 기대주들은 많고 많지만, 그중에서도 리우지아인의 영화는 삶을 담아내는 숏의 농도와 삶을 보는 카메라의 위치를 본능처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사소한 비밀◆시네마스코프 렌즈

리우지아인은 <옥스하이드> 시리즈를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촬영했다. “일단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이 비율은 영화를 진지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게다가 작고 가까운 것들을 찍으려 할 때 시네마스코프 렌즈는 오히려 뭔가 색다른 관점을 제공해준다.” 카메라는 좁은 집 안에만 있고 인물은 셋뿐인데, 박진감이 넘쳤던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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