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바, 요코하마 사토코의 필모그래피는 2005년작인 단편 <치에미와 고쿤파초>에서 시작된다. 무려 50분 분량의 이 영화는 도쿄필름스쿨의 졸업작품인데, 감독의 고향인 아오모리현이 영화의 배경이다. 뒤에 장편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2009)에도 이 마을은 등장하는데, 시골스러운 느낌의 순박한 분위기 덕분에 영화 속 캐릭터의 독특한 행동이 조금 상쇄되는 효과를 준다. 이 밖에 <치에미와 고쿤파초>에서 눈여겨볼 점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다. 캐릭터의 기묘함과 더불어서 요코하마의 영화에서 ‘가족의 테마’는 줄곧 중요한 방점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최신작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경향이다.
한편 장편 데뷔작 <저먼+레인>의 주인공은 청소년기의 소녀 ‘요시코’다. 그녀의 꿈은 가수인데, 그를 둘러싼 외모나 환경 등의 요건이 그다지 훌륭하진 않다. 가족을 떠난 뒤로 요시코는 아이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치는 일을 맡는데, 이를 통해서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실현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환경 설정과 더불어 그녀가 사회적이지 않고 유순하지도 않은 캐릭터임도 눈여겨봐야 한다. ‘유치하지 않지만 어른보다는 어린아이와 더 관련돼 있고, 비사교적이면서 동시에 충동적인 인물’, 이는 줄곧 요코하마의 영화를 읽는 핵심 키워드로 작용한다.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의 ‘요진’이나 단편 <할머니 여자아이>(2010)의 가정주부 ‘하츠에’가 대표적 예다. 이러한 인물들을 필두로 감독은 현대 일본영화의 주요 테마인 ‘자아정체성에 대한 물음’이나 ‘사회적 규범의 개선’에 대해 질문한다.
두 번째 장편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 역시 이전에 드러난 캐릭터의 성향을 기반으로 했다. 이 영화에서 ‘가족’은 이미 분리되었거나 해체 과정을 겪는 중이다. 게다가 이 작품 속 캐릭터는 구체적 상황과 만나 본격적으로 ‘가족로맨스’의 형태를 띠는데, 이 부분이 흥미롭다. 주인공은 어린아이의 꿈과 욕망을 가진 인물인데, 그는 마침 태생적으로 뇌에 이상을 가진 터라 그 특성은 ‘증상’이 되어 나타난다. 그렇게 신경병 환자로서 요진이 마치코의 아들이 되면, 이후 그는 아버지(영화 속 ‘머리 없는 남자’)를 시샘하고 동시에 어머니(마치코)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프로이트적 전형성을 보인다. 이 구원에의 환상은 다음 작품 <할머니 여자아이>에서도 드러난다. 여주인공 하츠메는 영화에서 고양이를 잃어버린 유치원생에 대비되는데, 아주 소란스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뱃속의 아기가 무사히 태어날 것임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어느 주부의 성장기라 부를 만하다. 같은 맥락에서 최신작 <한밤중에 활극을>(2011) 역시 가족소설의 일환으로 보면 재미있다. 다만 이 극에서 아이는 ‘영화’로 대치되는 점만이 다르다. 이 영화에는 상자를 짊어지고 다니는 소녀가 등장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영화를 잉태한 것’처럼 표현된다. 이후 총을 든 남자와 짝을 이루는 과정을 거쳐, 끝내 그녀 스스로 ‘영화’가 되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그러니 어쩌면 요코하마 감독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인지 모른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할머니 여자아이>, <한밤중에 활극을>, <요시코와 유리코>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의 GV도 마련돼있다.
그녀의 사소한 비밀◆거북이
단편 <한밤중에 활극을>에 출연하는 거북은 감독의 애완동물이다. 영화가 완성되기 전 트위터에 10여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요코하마는 이 거북이야말로 “요코하마 프로덕션 소속의 유일한 배우”라고 밝힌 적이 있다. 3년에 한번꼴로 성사되는 자신의 작업 속도가 마치 ‘거북의 걸음’과 같다는 언급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