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세명의 꽃미남 간첩이 달동네에 떴다
2012-09-04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백종헌
장철수 감독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출연 김수현 이현우

때로는 너무 ‘센’ 데뷔작이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가려는 신인감독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후 2년 동안 장철수 감독이 겪어야 했던 편견과도 맞닿아 있다. “<김복남…> 이후로 장철수는 잔인한 영화를 만들 거라는 편견이 많더라. 코믹한 영화도 좋아하고 멜로도 되게 좋아하는데. 가능성이 훨씬 더 넓은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보다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그의 고민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훈(Hun) 작가의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영화화로 이어졌다. 북에서 남파된 세명의 꽃미남 간첩이 달동네에 위장 잠입해 살아가며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게다가 이미 캐스팅을 확정지은 두명의 ‘간첩’은 꽃다운 외모의 청춘배우, 김수현과 이현우다. 이미지 변신을 꿈꿔온 감독에게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까.

원작 웹툰을 읽으며 장철수 감독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건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한 장면이었다. 남에서도 북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고 제3국행을 택한 이명준이 광활한 바다로 투신하는 대목. 이 추락의 이미지가 <은밀하게 위대하게> 속 세 주인공의 운명과 겹쳐 보였다고 한다. 이미 연재를 끝마친 웹툰의 결말은 ‘새드 엔딩’이었다. 조국의 영광을 위해 비장하게 남한사회로 뛰어들었으나 사상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남한 사람들의 소박함에 마음이 흔들린 간첩들. 그러나 끝내 작은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비운의 결말을 맞이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적셨다. 10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시나리오를 매만지고 있는 장철수 감독 또한 이러한 웹툰의 감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적인 첩보물과 다르게 드라마가 강한 작품이라는 것이 원작의 강점이었다. 등장인물 개개인의 아픔과 희망을 어떻게 이야기에 녹여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의 구체적인 돌파구로 그는 “어느 캐릭터 하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원작의 인물들을 최대한 배제하지 않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다. 원작 웹툰에서조차 선보이지 못했던 ‘모든 사람을 위한 결말’을 장철수 감독이 선보인다면, 그건 영화와 웹툰의 가장 큰 차이점이 될 것이다.

간첩들이 숨어든 달동네, 그들이 최후를 맞이하는 아파트 공사장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남한에서 가장 서민적인 공간”인 달동네는 차가운 도시 속에서 가장 따뜻한 온기가 있는 곳으로, 공사장은 “그런 따뜻함마저 위협하는 개발의 현장”의 느낌으로 담겠다는 것이 장철수 감독의 포부다.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는 아니지만, <아저씨>의 박정률 무술감독이 설계한다는 리얼리티에 기반한 액션 신도 즐거움의 한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목표가 15세 이상 관람가다. 체질적으로는 청소년 관람불가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웃음) 나에겐 이 영화에 임하는 모든 과정이 좋은 경험이다. 투자받는 상업영화 감독, 출연한 배우들이 섭외 요청을 받는 대중적인 성취를 이뤄보고 싶다.” 그러니 개봉 전까지 장철수의 새 영화를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 것.

tip

걸그룹 씨스타의 <가십걸>과 금지된 북한곡 <임진강>.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 두 노래가 담고 있는 가벼우면서도 짠하고, 진지하면서도 슬픈 정서와 닮은 영화가 될 거다. 영화 전반부엔 <가십걸>이, 후반부엔 <임진강>이 흐를 예정이라니 두곡을 미리 들으며 이 영화의 감정선을 짐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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