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타짜의 귀환, 제2의 <연가시> 출현
2012-09-04
글 : 이영진
글 : 주성철
글 : 강병진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사진 : 오계옥
강우석 김성수 윤종찬 김태용 장준환 강형철의 신작들

어찌 이들을 빼놓을쏘냐. 2013년을 기다리며 맹렬히 촬영 중이거나 혹은 시나리오의 날을 벼리고 있는 영화들이 있다. 강우석을 비롯해 김성수와 윤종찬, 그리고 김태용과 장준환, 강형철 감독 등 늘 차기작이 궁금했던 그들이 자신의 이전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로 돌아오기에 궁금증은 증폭된다. 꼭 기억해두고 ‘팔로잉’해야 할 작품들을 모두 모았다.

강우석의 <전설의 주먹> 제작 시네마서비스, 배급 CJ E&M은 주먹이 전부라 믿었던 전설들의 현재를 그리는 이야기다. 원작인 동명의 웹툰에 따르면, 그들은 이혼 위기에 처해 있거나, 직장에서 억눌려 있고, 인생 막장에 몰려 있다. 더이상 주먹으로 세상을 가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이들이 매회 상금을 놓고 대결하는 격투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의형제>의 장민석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본 강우석 감독이 “마지막 장을 덮고 그 자리에서 연출을 결정”했다는 게 의아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다. <공공의 적>의 강철중도 누구 못지않은 전설의 주먹 아니었던가. 원작에서 동북공고의 짱이었던 임덕규는 황정민이 연기한다. 노름빚에 쫓겨 단란주점에서 청소를 하며 살고 있는 신재석은 윤제문이,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과거의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상훈은 유준상이 맡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했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현재에 다시 만난 인물들이 살을 부대끼며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액션 스타일 또한 원작과 다른 방식을 고민하는 중이다(액션연출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맡았다). 지난 7월 촬영을 시작한 <전설의 주먹>은 오는 10월이면 촬영을 끝낼 예정이다.

김성수의 <감기> 제작 아이러브시네마, 배급 CJ E&M는 100억원 예산의 재난블록버스터다. <영어완전정복> 이후 무려 9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김성수 감독은 “현장에 다시 섰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며 예의 그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현장을 이끌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밀항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 안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해 ‘몽싸이’ 단 한명만을 남긴 채 전원 사망한다. 한편, 사람밀수꾼 병기(이희준)의 트럭을 탈출한 몽싸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서울에서 불과 19km 떨어진 분당으로 들어선다. 이후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고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수애)는 최초 감염자를 찾아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이 공포로 물들어가는 사이, 인해와 교통사고 현장에서 그녀를 구조한 인연으로 호감을 가진 구조대원 지구(장혁)는 인해와 그 딸을 돕게 된다. CJ E&M으로서는 <연가시>의 흥행에 이어 주목받고 있는 재난영화로,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색다른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난과 맞닥뜨린 세상의 무능과 인간의 이기심에 주목하라”는 것이 김성수 감독의 주문이다. 9월 말 크랭크업을 목표로 전국을 돌며 촬영 중이다.

송강호 첫 사극, <넝쿨당> 이희준 잔혹한 밀수꾼으로

올해 초 제작을 속개한 강형철의 <타짜2> 제작 싸이더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아직 시나리오 작업이 한창이다. 5년 전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기로 하고 시나리오까지 마무리한 상태에서, 지지난해 제작사 싸이더스FNH의 사정으로 제작이 중단됐었지만 지난 7월 롯데엔터테인먼트와 3편의 공동투자 및 배급까지 계약을 마친 상태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강형철식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가 높을 터. 관건은 예측을 불허하는 감수성의 장준환이 그려놨던 밑그림과 비교해 대중적 코미디에 강한 강형철의 설계도가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다. 우선 원작의 4부 ‘벨제붑의 노래’를 새로 썼던 장준환과 달리 강형철은 2부 ‘신의 손’을 집어들었다. 자연히 무대는 해외 카지노에서 국내 하우스 도박장으로, 이야기의 축은 과거 죽마고우였던 두 남자 사이의 “활극 내지 복수극”에서 고니의 조카 함대길이 브레인이 되어 움직이는 조직적 사기극으로 옮겨질 것이다. <타짜2> 제작 재개설에 “이혼하고 돌아온 딸이 재혼하겠다고 다시 떠난 기분”이라고 밝힌 최동훈 감독 역시 강형철 감독에 대해 “작품마다 많은 배우들을 데리고 캐릭터의 맛을 잘 살리는 감독”이라며 신뢰를 내비쳤다. “고스톱도, 민화투도, 짤짤이도 칠 줄 모른다”는 그의 손맛이 기대된다.

현재 10회 촬영을 끝낸 윤종찬의 <나의 파파로티> 제작 KM컬쳐, 배급 쇼박스는 TV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해 ‘고딩 파바로티’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세를 얻은 김호중씨의 사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유영아 작가(<코리아> <웨딩드레스>)가 시나리오를 썼다. 촌구석 학교의 음악선생인 상진(한석규)은 전학생 장호(이제훈)의 지도를 떠맡는다.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다는 장호지만 상진의 눈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양아치일 뿐이다. 상진에게 무시당한 장호는 몰래 콩쿠르에 출전하지만 망신만 당한다. 그러나 장호의 즉흥적인 선택이 불발로 끝난 건 아니다. 상진은 콩쿠르를 통해 장호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더 큰 무대를 위해 두 사람은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노래 <네슨 도르마>를 꺼내든다. 얼핏 클래식 음악이라는 소재와 보편적인 감동의 사연을 한데 엮었을 때 흔히 “잔잔하고 따뜻한 성장영화”를 떠올릴 텐데, 제작진은 그보다는 훨씬 “소란스럽고 유머러스하다”고 전한다. 한석규와 이제훈이라면 캐릭터가 겉돌거나 함몰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접어도 좋을 것 같다. 윤종찬 감독(<소름> <청연> <나는 행복합니다>)은 “이제까지는 스트레이트만 날렸다면 이번엔 잽을 날리겠다”며 연출 제안을 받아들였다지만, 그가 말한 경쾌한 풋워크가 한없이 가볍기만 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아닐 것이다.

이십세기 폭스 투자 첫 한국영화도 크랭크인

<나의 파파로티>에 이어 쇼박스 라인업을 채운 두편의 기대작은 바로 원신연의 <용의자>와 한재림의 <관상>이다. 먼저 원신연의 <용의자>는 북한에서 버림받고 남한에서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지동철(공유)이 대기업 회장 살인사건의 누명을 쓴 채 쫓기며 벌어지는 액션블록버스터다. 박희순은 공군 특수부대 CCT 훈련교관이자 최고의 방첩장교인 민세훈 대령을 맡아 지동철을 쫓으며, 조성하는 국정원의 김석호 실장을 맡아 민세훈과 함께 지동철을 추적하지만 살인사건에 대한 또 다른 열쇠를 지닌 의문의 인물을 연기한다. 송강호의 첫 번째 사극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재림의 <관상>은 조선 초기, 수양대군(이정재)과 김종서(백윤식)의 권력다툼이 팽배한 시기를 배경으로 몰락한 양반의 자제인 조선 최고 관상가(송강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도둑들>의 김혜수가 기생, <건축학개론>의 조정석이 송강호의 처남으로 등장해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동혁 작가의 작품이다.

지난 7월28일 크랭크인한 조동오의 <런닝맨> 제작 크리 픽쳐스, 이십세기 폭스 인터내셔널은 이십세기 폭스의 자회사 FIP(Fox International Productions)가 메인 투자하는 첫 번째 한국영화다. 종우(신하균)는 낮에는 카센터, 밤에는 콜택시 운전을 하며 ‘무려 17살 차이’나 나는 아들 기혁(이민호)과 함께 살 방 한칸을 마련하는 것이 꿈인 평범한 카센터 직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차에 탄 손님이 죽은 채로 발견되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살인 용의자가 되어 전 국민이 주목하는 도망자가 된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하는 김태용의 <신과 함께> 제작 리얼라이즈 필름장준환의 <화이> 제작 파인하우스 필름역시 많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김태용 감독은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얘기를 많이 해서 더 흥미가 생긴다”며 웃었고, 장준환 감독은 “시나리오의 기분에 빠져들고 있는 진짜 초기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는 송해성의 <고령화가족> 제작 인벤트스톤도 최근 박해일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며 9월 크랭크인을 준비하고 있다. 48살 영화감독이 엄마와 50살 넘은 형이 살고 있는 집으로 들어간 뒤 시집갔던 여동생까지 조카를 데리고 들어오면서 탄생된, 평균연령 40살이 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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