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누아르풍의 악인열전
2014-01-07
글 : 주성철
사진 : 오계옥
<카워드>(Coward) 김지운 감독

제작 제이미 패트리코프 / 출연 캐스팅 중 / 개봉 하반기 / 시놉시스 전문 소매치기이자 도둑인 주인공 레오에게 부패한 두명의 경찰이 다이아몬드 절도를 의뢰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이후 그 관계가 틀어지면서 엄격한 자기 규칙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자아와 원칙이 무너지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그에게는 오래전 비슷한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렇게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김지운 감독이 두 번째 할리우드영화를 확정지었다. 바로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하는 <카워드>(Coward)다. 제작자는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블루 발렌타인>(2010),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2012) 등을 제작한 제이미 패트리코프다. <달콤한 인생>(2005)과 <악마를 보았다>(2010)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그는 김지운 감독에게 신작을 제안하며 ‘그 두 영화의 정서 사이에 놓인 누아르영화’를 원했다. 작가는 그래픽 노블 <배트맨: 웃는 남자>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 <슬리퍼> 등을 비롯해 최근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시나리오를 직접 쓴, 팬들 사이에서 마블 최고의 작가로 불리는 에드 브루베이커다. <카워드>가 에드 브루베이커의 그래픽 노블 시리즈 <크리미널>의 첫 번째 에피소드로, 그가 의욕적으로 시나리오에 참여하길 원해 그와 김지운이 쓴 두 가지 버전을 합치는 형태로 시작됐다.

크리스마스 전에 만난 김지운 감독은 바로 전날 ‘당신의 최종 버전으로 배우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스튜디오의 오케이 사인을 받은 뒤였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쭉 놀기 때문에 빨리 완성해서 보내야 했다. 제작자도 ‘시간을 많이 못 줘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열흘 만에 써서 보냈다. 한국 스탭들은 언제나 ‘열흘밖에 시간이 없는데 괜찮겠어?’라고 부탁받으면 그냥 5일 만에 해치우는 스타일이니 한국 사람들은 진짜 부지런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웃음) 이 버전에서 에드 브루베이커가 뉘앙스나 엔딩을 고려하며 대사 등을 조금 손보면 진짜 끝이다.” 이제껏 만나온 그는 감정의 진폭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진정으로 홀가분해 보였다. “사실 나는 일할 때도 놀 거 다 놀고 만날 사람 다 만난다. 딱히 일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다. 반대로 일을 끝냈을 때도 남들보다 더 즐거운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견한 자신에게 상도 줄 겸 한번 놀아보자는 생각에 처음으로 노래방에 갔다. (웃음) 내가 진짜 열창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올 연말은 왠지 감정이 좀 달랐다. 나도 모르게 록발라드나 R&B에 맞춰 율동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웃음)”

김지운 감독은 <카워드>가 ‘보다 어둡고 센 누아르풍의 악인열전’이길 바랐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이 산적, 마적, 도둑, 일본군 등 악인 캐릭터들을 마구 펼쳐놓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부패경찰과 갱 보스, 거기 빌붙어 사는 온갖 기생충같은 군상들을 바글바글 한데 모아놓고 싶다”는 게 그의 얘기다. 더불어 <라스트 스탠드>의 ‘적응기’를 넘어서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라스트 스탠드>는 스스로 피폐해져 있던 시기에 마치 도망치듯 어떤 변화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된 작품이었고, 나중에는 ‘아놀드 슈워제너가가 아니라 드웨인 존슨이 와도 하지 뭐’ 하는 심정이었다. (웃음) 분명 내 호흡으로 달려가면서도 어딘가 미진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밑바닥까지 가보고 싶다.” 말하자면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들고 있는 패를 다 깔아놓고 가고 싶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장르적 여행을 해온 그에게 ‘어쩌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장르는 역시 누아르가 아닐까’ 하고 물었다.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1998)도 B급 취향의 누아르였고, 이후에도 사실상 그것의 서로 다른 변형들이었던 것 같다. 그 세계 안에서 내 영화적 세계관이 제일 편해지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카워드>는 거기에 결핍을 지닌 주인공의 생생한 현실의 고뇌가 더해진다. 에드 브루베이커의 작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어떤 굉장히 리얼한 임계점에 가 닿는 극한의 정서 때문이다. 그 원작의 정서 안에서 내 스타일과 세계관이 어떻게 스며들지 나 스스로도 너무 궁금하고 흥미롭다.” 이제 <카워드>는 정서적으로 디트로이트나 시애틀의 빈티지한 공간들을 물색한 다음 ‘너무 서두르는 제작자로 인해’ 빠르면 2월경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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