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명필름 / 출연 염정아, 문정희, 김강우, 김영애, 황정민, 천우희, 디오 / 배급 미정 / 개봉 하반기 / 시놉시스 열악한 조건에서도 성실히 일해온 K마트의 직원 선희(염정아). 회사의 인원 감축 결정으로 해고 대상자가 된 그녀는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 직원들과 노조를 결성한다. 낯설고 서툴지만 노동운동을 통해 연대감을 형성한 여성들. 하지만 회사의 압박, 가족의 만류로 투쟁이 쉽지만은 않다. 노조원 다수가 회사의 회유로 업무에 복귀하고, 설상가상으로 마트 매각 소식까지 전해진다. 위기 상황 속에 선희는 노조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마트를 점거할 것을 제안한다.
이랜드조합원과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서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노동현실에 분노해야 했던 경험들. 부지영 감독의 <카트>는 한국사회의 노동문제를 첨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정규직 전환을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인원 감축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해고 대상자가 된 40살 여성 선희(염정아)를 비롯한 K마트 여직원들의 투쟁과 애환을 그린다. 이들은 노동현장에서도 가장 약자인 여성 비정규직 감정 노동자들. 대부분 노동운동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평범한 여성들이다. 하지만 부당해고라는 불합리한 현실과 차별은 이들을 함께 움직이게 만들고, 그들의 변화는 지켜보는 이들의 심장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조직되지 않은 ‘아줌마’들이 생존 투쟁을 계기로 각성을 하고, 잊고 있었던 자아를 드러내는 지점이 드라마틱하다. 이들 사이에 일종의 동료애, 자매애가 형성된다. 그들의 결속력은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의 압박, 어머니라는 위치로 인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진짜 갈등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카트>에서 ‘여성’이라는 키워드는 의미심장하다. 장편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와 <시선 너머> 중 <니마>, <애정만세> 중 <산정호수의 맛> 등 유독 여성에 초점을 둔 작업을 해온 부지영 감독의 촉각은 이번에도 한국 영화의 재료에서 ‘비어 있는’ 여성에게로 가닿았다. “파업 장면에서 80명의 노조원 여성들이 화면에 잡힌다. 늘 여성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소원을 이룬 거다.”
<카트>의 주요 배경은 대형마트다. 각종 물건의 풍요 속, 하루 종일 계산대 앞에서 육체적 노동과 손님 응대라는 감정적 서비스를 요구받아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그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코앞에 두고 해고통지를 받은 선희 같은 여성, 이혼 뒤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가장, 취업난에 이곳까지 오게 된 88만원 세대, 6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개인사를 가진 이들이 투쟁이라는 공통사로 결집한다. 극적 변화가 가장 큰 인물은 선희로, 배우 염정아가 무던하던 선희가 노조원을 이끄는 핵심인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소화한다. 선희와 반대로 똑 부러지는 혜미 역은 문정희가 맡았는데, 그녀는 노조원들과의 연대를 통해 마음을 여는 인물이자 극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역할이다.
부지영 감독은 <카트>의 인물들에서 실제 사건이나 인물들에 국한되는 것을 배제했다고 한다. “특정 사건보다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보편적인 애환을 담고 싶었다. 인권 문제라는 주제의식에 가려 자칫 영화가 가진 재미난 요소들을 놓치게 될까봐 특히, 그 지점에 대한 고민이 컸다.” 영화에서 5~6일간에 걸친 매장 점거 장면은 이 영화의 ‘액션’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다. 소비의 공간인 마트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 카트의 의미도 이 장면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풍족한 물질사회를 실어나르는 ‘카트’는 농성의 현장에서 밥차로, 입구를 봉쇄하는 무기로 그 쓰임새가 변경된다. 마트 역시 화려한 소비의 무대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해방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역동적인 액션 연출을 떠나 그 속의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신문 톱에 실린 뉴스 사진을 볼 때 어떤 사건으로 인식하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 광화문에서 물대포를 맞는 뉴스 사진 속, 그들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 속에 다양한 ‘선희’들이 있을 수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진짜 말하고 싶은 부분이다.” 영화 속 주 공간이 될 대형마트의 세트를 제작 중인 <카트>는 1월11일 크랭크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