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패션을 아십니까
2014-01-0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오계옥
<패션왕> 오기환 감독

제작 노마드필름 / 출연 주원 / 배급 NEW / 개봉 하반기 / 시놉시스 강원도에서 서울 강남으로 전학 온 고등학생 우기명(주원). 매력적인 여학생 혜진에게 한눈에 반한다. 기명은 혜진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그렇다, 멋진 패션 보이가 되는 거다! 기명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학교에서 제일가는 멋쟁이가 된다. 하지만 원래부터 멋쟁이였던 라이벌 원호의 견제가 심해지고, 기명과 원호는 패션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거 어디까지 말해야 되는 거지? (웃음)” 제작사 현관문에 영화 <패션왕> 오디션 종료 공고문이 붙은 걸 봤다, 캐스팅이 거의 다 된 모양이다, 라는 기자의 질문에 오기환 감독이 난처하다는 듯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일찍부터 주인공 우기명 역은 정해져 있었다. 뮤지컬에서 드라마로 그리고 영화까지 진출한 주원이다. 나머지 배역을 맡을 배우들도 몇몇은 정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만 전하는 게 좋겠다. <패션왕>은 “아시아 프로젝트를 지향한다”라고. 예쁘고 잘생긴 젊은이들이 등장한다는 뜻일 거다.

평범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의 환심을 얻기 위해 모두가 좋아할 만한 패션왕이 된다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청소년층에 인기가 많았던 동명의 원작 웹툰 <패션왕>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의외로 이 기획을 성사시킨 건 오래 묵은(?) 두 아저씨였다. “제작사 노마드 필름의 차승재 대표와 나는 서로의 캐릭터를 잘 아는 사이다. 그리고 우린 나이가 있지만 젊은 것도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웃음) 2012년 9월 정도였다. 차승재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웹툰 <패션왕>을 아느냐고 묻더라. 안다고 했다.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패션왕>을 영화로 만들면 어떻게 만들까하는 지점에서 서로 의견이 정확히 일치했다. 바로 <화산고>처럼 만들자는 것이었다.” <패션왕>을 <화산고>처럼 만든다? 2001년에 나왔던 <화산고>는 당대의 실험적인 대중영화였다. 강호를 고등학교로 바꾸고는 그 안에서 선생과 학생이 마치 강호의 문파들이 겨루는 것처럼 옥신각신했다. 그런데 그런 <화산고>처럼 만든다는 건 어떻게 만든다는 것일까. “<화산고>는 CG와 와이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됐던 한국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린 그 CG를 좀 독특하게 써서 새로운 룩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화산고>가 손에서 장풍을 쏘는 것이라면 <패션왕>은 패션으로 장풍을 쏘는 거다. 그런 점에서 <패션왕>의 핵심은 시각적 쾌감이 될 거다.”

하지만 오기환 감독은 시각적인 것 외에 이야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오해가 있는데, TV드라마 <패션왕>과 웹툰 <패션왕>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우리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인 기명과 원호와 남정을 둘러싼 풋풋한 고딩 멜로, 그 삼각관계가 기본이 될 테고, 그중에서도 기명이 어떻게 혜진의 사랑을 차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 큰 부분이다. 원작이 초/중등학생들에게 워낙 인기 있다 보니 영화도 거기에만 눈높이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렇지 않을 거다. 안티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기명이 닭이나 늑대로 변하는 건 없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웃는다(원작 웹툰 52화에서 주인공 우기명은 패션 대결 도중 진짜 늑대로 변한다).

그러데 패션이 소재인 영화인데 감독은 패션을 좀 아는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더니, 오기환 감독의 사뭇 진지한 답변. “모델 선발 오디션 쇼 <프로젝트 런어웨이>같은 프로를 나름대로 즐겨봤다. 그리고 내가 영화를 그만두면 하고 싶은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의학 공부이고, 나머지가 바로 패션 공부다.” 이번 영화에는 디자이너 오디션 프로그램 쇼 <패션왕 코리아>에 출연하는 이주영 디자이너까지 가세하여 전문성을 높일 예정이라고도 한다. <패션왕>은 올 연말까지 캐스팅을 완료하고 촬영은 2014년 1월 중순부터 4월까지 한다. 오기환 감독은 그 촬영 기간을 “암담한 겨울부터 피어나는 봄까지”라고 표현했다. 암담한 겨울에서 피어나는 봄까지, 그게 주인공 우기명의 변신에 대한 비유라는 걸 우리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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