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어제 무슨 꿈 꾸셨어요?
2014-01-0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최성열
<꿈보다 해몽> 이광국 감독

제작 돈키호테 / 출연 신동미, 김강현 / 배급 미정 / 개봉 미정 / 시놉시스 어느 연극 공연장. 하지만 공연 시간이 넘어서도 관객이 한명도 오지 않는다. 화가 난 여주인공(신동미)은 공연장을 뛰쳐나와 술 몇병을 사들고 평소 자주 가던 공원 벤치로 향한다. 거기에서 이상한 형사를 만난다. 범인 잡는 것보다 꿈 해몽에 더 능하다는 형사. 이 남자의 권유로 여자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자 이번에는 형사가 여자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꿈에서 꿈으로 넘어가며 영화는 기이한 세계를 펼친다.

이광국 감독은 장편 <로맨스 조>로 2012년에 데뷔하여 그해 각종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고, <씨네21>이 뽑은 올해의 신인감독에도 선정됐다. 뒤이어 내놓은 단편 <말로는 힘들어>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랜만에 좋은 신인감독이 나왔다며 다들 반기는 분위기였고 그의 차기작은 늘 기대작 목록에 있었다. 그런데 2013년 초였던가, 그의 다음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어쩌면 좀더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병석에 누웠고 간호를 맡을 사람이 그밖에 없어서 영화를 만들 시간이 없을 거라고들 했다. 그런 그가 신작 프로젝트를 들고 불현듯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씩씩하다. 오히려 그 일이 차기작 <꿈보다 해몽>을 가능케 했다고.

“내가 꿈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걸 영화를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본격적으로 꿈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제목이 먼저 생각났다. 하지만 내용을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 모르고 있다가 아버지하고 오래 시간을 보내면서 방법을 찾게 됐다. 아버지는 꿈을 자주 꾸기도 하셨고 꿈과 현실의 구분도 잘 못하셨다. 처음에는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힘들기만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상하다고 느껴졌고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보니 이 영화의 제목이 왜 꿈보다 해몽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영화는 꿈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해몽, 그러니까 ‘꿈에 관한 이야기’에 대한 영화이기도 한 것 같다. 전작 <로맨스 조>에서 이야기와 이야기의 그 무수한 결들이 겹치고 교차하며 흥미를 자아낸 것처럼 여기서는 꿈과 꿈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것을 해낼 것 같은 인상이다. “그 점에서 중요한 게 있다면, 꿈과 현실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실에서 한번쯤 있었을 법한 식으로.”

특히나 이런 점들은 더 흥미가 간다. “왜 우리가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도 꿈에서는 얼굴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지 않나. 그렇다면 반대로 꿈에서 만난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고 있는데도 그 사람을 전에 만났다는 걸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꿈과 현실에서 인물들은 번갈아 만나지만 그들은 서로 모르고 있고 관객인 우리만 아는 경우, 라는 낯설고 희귀한 느낌을 이 영화는 겨냥하고 있다. <꿈보다 해몽>의 꿈과 현실의 결들 사이로 얼마나 많은 신기함과 놀라움이 밀려들지 충분히 예고해주는 지점이다.

사실 준비는 거의 다 끝났다. 여주인공은 <로맨스 조>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신동미가 맡았다. 그녀와 함께하는 형사 역에는 아직은 밝히기 어려운 유명 남자배우가 나섰다. 그 밖에 <연애의 온도>에 출연했던 김강현도 출연을 결정했다. 다만, “정 안 되면 재능기부 형태로라도 반드시 찍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이 출중한 신인감독의 곁에 눈밝은 투자자들 몇명만 더 있어주면 될 것 같다.

“영화 만들면서 평생 갖고 가는 테마들이 있는데 나에게는 꿈이 그중 하나다. 앞으로도 계속 만지게 될 소재 같다. 꿈의 내용을 환기하면서 현실에서 어떤 영향을 받게 된다는 건 재미있는 일 아닌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누군가가 ‘나는 어제 무슨 꿈을 꾸었지?’ 하고 생각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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