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막장의 품격
2014-01-07
글 : 주성철
사진 : 오계옥
<마담 뺑덕> 임필성 감독

제작 영화사 동물의왕국 / 출연 정우성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하반기 / 시놉시스 아내와 딸 ‘청’을 두고 있는 대학교수 학규(정우성)가 불미스런 오해에 휩싸여 지방 소도시의 평생교육원으로 전출돼 오고, 놀이공원 매표원으로 있는 ‘덕’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유부남의 사랑은 필연적인 파국의 아수라장을 야기한다. 그로부터 8년 뒤 다시 학규 앞에 나타난 덕, 소유욕인지 복수심인지 그 정체가 궁금해진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의 경우처럼, 현대판 <심청전>이 만들어진다. <마담 뺑덕>이라는 제목부터 ‘엣지’ 있다. 물론 임필성 감독 스스로도 <헨젤과 그레텔>(2007)로 그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 <헨젤과 그레텔>은 시체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판타스포르투영화제에서 ‘공식 판타지’ 섹션 심사위원특별상과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경쟁’ 섹션 최우수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각본을 쓴 영상원 출신의 장윤미 작가는 ‘모두가 아는 그 뺑덕이 왜 그렇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한국인 모두가 ‘계모의 대명사’로 기억하는 뺑덕어멈은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알려진 것은 없다. 이에 대해 임필성 감독은 “아마도 <마담 뺑덕>은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하는 재미와 더불어 스릴러가 가미된 성인들의 동화가 될 것 같다. 게다가 <춘향전> 등과 비교하면 <심청전>은 용궁도 등장하는 ‘초판타지’다. 그걸 현대적 19금 멜로로 풀어내는 게 흥미로운 포인트”라고 말한다.

<마담 뺑덕>은 최근 몇년간 대중문화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막장 드라마’의 향기를 풍기기도 한다. 감독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아니, 중요한 승부수일지 모른다. “수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그리고 <하녀>(1960)나 <충녀>(1972) 같은 김기영 감독의 뒤틀린 멜로드라마에서도 ‘막장’의 향기를 느낀다면 이상할까?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우아한 프로덕션 디자인에 꼼꼼한 장인의 연출이 더해져서, 그런 작품들을 막장 그 이상의 클래식으로 만든 것일 거다. <심청전>도 원전을 보면 정말 막장이다. (웃음) 그걸 현대화시켜 어떤 욕망의 폭주나 그로 인한 대가를 그리고 싶다.”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정우성 특별전’을 가진 정우성은 <마담 뺑덕>에 대해 “품격 있는 본능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임필성 감독으로서도, 정우성으로서도 ‘19금 멜로’ 혹은 ‘본격 성인영화’는 처음이다. 말하자면 현재 시나리오의 중/후반부를 집중적으로 다듬고 있는 임필성 감독, 시나리오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캐릭터 분석을 하고 있는 정우성 모두에게 <마담 뺑덕>은 진정 중요한 지점에 서 있는 영화다. ‘굳이’ 정우성을 이정재, 장동건과 비교하자면 이정재에게는 <하녀>(2010)가 있었고 장동건에게는 <위험한 관계>(2012)가 있었다. “치정극에서 관능의 묘사가 빠진다면 무시무시한 설득력이 생기기 힘들다. 그것을 진한 멜로드라마의 화법 속에 녹여내는 게 관건이고, 그런 치정극에서의 정우성을 보고 싶다는 욕망은 나나 관객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게 감독의 얘기다.

<남극일기>(2005)와 <헨젤과 그레텔> 그리고 <인류멸망 보고서>(2011)에 이르기까지 임필성 감독의 영화는 결국 성인들의 동화였다. <마담 뺑덕> 역시 그로부터 가깝고도 멀다. “변함없는 내 관심사라면 성인들의 동화 혹은 우화다. <마담 뺑덕>은 그러면서도 내 영화 중 가장 감정의 폭이 클 것 같은, 처음으로 거의 CG가 없는 배우 중심의 드라마일 것 같다. <남극일기>나 <헨젤과 그레텔>도 멜로드라마적인 요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본격’ 멜로를 꿈꾼다.” 어쨌거나 ‘팩션’과 ‘퓨전’을 오갔던 수많은 사극들 속에서, ‘심봉사 정우성’이 가장 세게 느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가 내년 1월 초 <신의 한 수>를 마무리하는 대로 곧장 합류하면 2월경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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