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레니 할린 / 출연 켈란 루츠, 스콧 앳킨스, 로산느 매키, 리암 게리건 / 개봉 4월10일
페르세우스를 내세운 <타이탄>, 테세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신들의 전쟁> 등 그리스신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단골 소재다. 그런데 응당 첫 번째로 등장했어야 하건만 아직까지도 그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은 영웅이 있으니, 다름 아닌 헤라클레스다. 헤라클레스는 수많은 그리스신화의 영웅들 중에서도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를 지녔고, 가장 위대한 영웅적 업적을 이뤄냈으며, 가장 초인에 가까운 능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너무 유명한 탓에 도리어 전형적인 캐릭터라는 편견에 시달리는 영웅이기도 하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 히어로들의 원형이라 부를 만한 헤라클레스지만 익숙한 만큼 의외로 다루기 까다로운 영웅인 셈이다.
이 난제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진 이는 <다이하드2> <클리프행어>로 유명한 레니 할린 감독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감독, 각본, 프로듀서까지 맡았다. 레니 할린의 최근작들을 보고 불안해하는 이도 있을 테지만 미리 걱정하진 말자. 할리우드식 영웅 서사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답게 원전에 기대기보다 현대적인 캐릭터로 각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대 그리스의 왕 암피드리온의 폭정에 분노한 여신 헤라는 왕비 알크메네로 하여금 제우스의 아이를 잉태하게 한다. 출생의 비밀을 갖고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형과 아버지의 구박 속에 자라다가 크레타의 공주 헤베와 사랑에 빠진 죄로 왕국에서 추방당한다. 노예 검투사로 전락해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영웅은 잃어버린 사랑과 왕국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귀환한다. ‘전설의 시작’이라는 부제처럼 헤라클레스 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일화 ‘12가지 과업’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독의 만만치 않은 야심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헤라클레스 하면 뭐니뭐니해도 힘과 근육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근육질 뱀파이어 에멧 역의 켈란 루츠가 <300>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을 담당하며 헤라클레스 역을 맡았다. 우람한 근육에서 오는 존재감이 여전하다. 초인적인 힘을 지닌 헤라클레스지만 전반부엔 <글래디에이터>처럼 최대한 사실적인 액션을 추구한다. 물론 후반부엔 신의 힘을 마음껏 발휘하는 화끈하고 환상적인 액션 신도 준비되어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관전 포인트
<헤라클레스: 더 레전드 비긴즈>라는 제목처럼 시리즈물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다. 이번 영화의 성공 여부에 따라 그 유명한 ‘12가지 과업’ 에피소드가 영화화될 수도 있으니 귀추를 주목할 것. 2014년 7월에는 브렛 래트너 감독, 드웨인 존슨 주연의 또 다른 헤라클레스 영화 <헤라클레스: 트리키아 전쟁>이 개봉예정이니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공개된 예고편의 액션 영상만을 놓고 보면 왠지 인기 게임 <갓 오브 워>가 떠오르는데 본편 액션 장면은 얼마나 다른 영상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지켜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