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놓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영화들이 있다. 이른바 ‘영화제용 영화’들이 그렇다. 스페인 단편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제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러시아, 브라질, 폴란드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제1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라이카 스튜디오의 전작을 소개하는 제16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미리 보기를 준비했다. 세계는 넓고 애니메이션은 많다.
제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4월25∼29일, 영화의 전당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올해 주빈국으로 스페인을 선정, 스페인의 특색 있는 단편영화들을 선보인다. 그중 ‘스페인 애니메이션’ 부문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11편의 단편들로 채워졌다. 우선 <바르셀로나 저속 만화경>은 바르셀로나의 공간을 4년간 타임랩스(간헐 촬영) 기법으로 촬영한 뒤 그 이미지를 만화경처럼 바꿔놓은 작품으로,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이미지가 황홀경을 선사한다. 탐욕스런 인간에게 일침을 가하는 실루엣애니메이션 <성스런 기계4>,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인간의 꿈과 로봇의 현실을 이어붙인 <로봇>,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어느 주부의 이야기를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힘있게 표현한 <분노의 폭발>도 단편애니메이션만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바닐라, 딸기, 초콜릿,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지구온난화 문제를 얘기하는 <크림맨>, 거인의 심장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는 소녀의 성장담 <거인>, 동화 개구리 왕자를 비튼 <키스 미>, 어린 시절의 아픔을 되새김질하는 남자의 이야기 <모르티>, 타자기를 버리고 최신형 컴퓨터로 글을 쓰게 된 작가 이야기 <비트와의 싸움>, 국도변 주유소 주인이 사고의 전환으로 인생의 해법을 발견하게 되는 <맥주장인>, 연기로 사람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상인 이야기 <연기 상인>도 저마다의 개성으로 무장한 작품들이다.
제1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7월22~27일, CGV명동역, 서울애니시네마
3월31일, 경쟁부문 공모전을 마감한 2014 SICAF는 한창 초청전 및 특별전 작품들을 수급 중에 있다. 현재 확정된 특별전은 ‘러시아 브라질 애니메이션전’과 ‘차세대 폴란드 애니메이션 특별전’. 올해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와 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러시아 브라질 애니메이션’에선 우선 두편의 다큐멘터리가 눈에 띈다. <천재의 정신: 표도르 키트룩과 그의 작품들>은 2012년에 타계한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거장 표도르 키트룩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인민의 예술가라는 호칭을 받았던 표도르 키트룩은 인도적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을 작품의 주요 테마로 삼았던 작가로, <범죄의 역사> <프레임 안의 남자> <위니 더 푸> <필름, 필름, 필름> 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라이트, 아니마, 액션!>은 브라질 애니메이션의 한 세기를 훑는 다큐멘터리다. 브라질의 국민 만화가라 불리는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에서부터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리오> 시리즈 등을 연출한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까지, 브라질의 주요 애니메이션 관계자와 작품들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차세대 폴란드 애니메이션 특별전’에선 폴란드 단편애니메이션 40편이 상영된다.
제16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 10월22~26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부천시청 일대
지난해 가이낙스 특별전을 선보인 PISAF 2014는 올해 ‘라이카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준비 중이다. 라이카 스튜디오는 팀 버튼의 <유령신부>를 시작으로, <코렐라인: 비밀의 문> <파라노만> 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PISAF는 특별전을 통해 라이카의 전 작품을 상영할 계획이다. 초청부문의 ‘와이드’ 섹션에선 <라바> <곤> <랄라 룹시> 등 인기 TV애니메이션과 가이낙스의 신작 <마법소녀대전> <파워레인저>가 상영될 예정이다. 더불어 PISAF는 디즈니, 픽사, 라이카, 폴리마주, 스튜디오 치즈, 가이낙스 등 세계 주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참여하는 마스터클래스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