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아이
2014-04-15
글 : 윤혜지
<피부색깔=꿀색> Couleur de peau: Miel 감독 융 헤넨, 로랑 부알로 / 개봉예정 5월

이름 전정식. 서류번호 8015번. 사진 속 어린이는 얼떨떨하고 무구한 표정이지만 이 아이가 자라서 그려낸 이때의 자기 모습은 서글프기 그지없다. 모두에게 버려진 듯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부색깔=꿀색>은 고아원에서 자라나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벨기에로 입양된 소년전정식, 융 헤넨의 자전적인 스토리에 바탕한 애니메이션이다. 입양아 문제가 심각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아픈 기억을 간직한 채 타국에서 어른이 되어야 했던 감독의 서글픈 성장통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섯살의 한국인 소년 전정식을 입양한 벨기에 양부모에겐 이미 네 아이가 있다. 전정식은 양부모로부터 융이라는 이름을 받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간다. 남다른 피부색을 가진 소년 융은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자라난다. 수도 없이 엄마의 속을 끓이며 사춘기를 맞이한 융은 또 한명의 낯선 식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융의 집에 한국인 소녀가 입양돼 온 것이다. 양부모의 관심은 자연히 여동생에게 향하고 융은 또다시 두려움에 떤다. 두려움은 방어적인 행동으로 표출된다. 융의 비행이 심각해지자 융을 보듬던 양부모와 형제들마저 융을 포기하려 한다. 어느덧 마흔을 넘긴 어른이 된 융은 서울 땅을 밟는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궁금해진 것이다.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해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본다. 서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어머니의 나라를 느끼려 하지만 분명히 알게 된 건 이미 자신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부터 더욱 멀어졌다는 것이다.

융은 현재 벨기에와 프랑스를 무대삼아 인기 만화가로 활동 중이다. 그의 만화는 항상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화두로 안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피부색깔=꿀색>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건 어떻게 해도 떨칠 수 없던 “겉도는 느낌” 때문이었다. <피부색깔=꿀색>은 융의 원작을 다큐멘터리 감독 로랑 부알로가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형식을 함께 사용해 만든 영화다. 국내에 동명의 책으로도 출간돼 있다. 배리어프리버전의 연출은 윤종빈 감독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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