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다시 만나서 반가운 친구들
2014-04-15
글 : 윤혜지
신데렐라, 피터팬, 스누피 등 재탄생/재해석되는 만화/동화/애니메이션 캐릭터들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만화/동화/애니메이션의 대표 캐릭터들이 현실 세계로 튀어나왔다. 꽁꽁 감춰둔 속사정을 털어놓게 될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마녀 말레피센트부터 신문 밖으로 나와 손에 잡힐 듯 움직이는 3D 버전 스누피까지 21세기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캐릭터들을 모았다.

마녀의 탄생

<말레피센트>

늘어지게 자다 일어나 당연한 듯 왕자의 사랑을 차지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오로라가 21세기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실사영화 <말레피센트>는 오랫동안 사악한 마녀로만 치부돼온 말레피센트의 역습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막 빠져나온 듯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안젤리나 졸리의 말레피센트는 섹시하고 유혹적이다. 특히 졸리의 도드라진 광대뼈와 선명한 입술 라인이 애니메이션 속 말레피센트를 빼다 박았다.

<말레피센트>는 말레피센트가 어떤 사연으로 마녀가 되었는지를 그녀의 입장에서 전개하는 영화다. 신비로운 마녀, 용감한 여전사, 가냘픈 여인인 말레피센트의 모습이 차례로 보여질 예정이다. 메가폰을 잡은 로버트 스트롬버그는 <아바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미술감독이다. 그 밖에 <라이프 오브 파이>의 시각효과를 일부 담당했고,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의 컨셉 아티스트였으며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의 시각효과 디자인도 맡았다. 공개된 클립으로 유추해보자면 크리처와 드래곤들이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 백미일 듯하다. 시각효과 전문가의 입봉작이므로 볼거리만큼은 안심해도 좋겠다. 5월29일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유리구두의 주인공은?

<신데렐라>

세상 모든 소녀들의 로망, 신데렐라는 샤를 페로의 동화 <옛날이야기>로부터 출발한 캐릭터다.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은 <신데렐라>는 <빨간 모자> <장화신은 고양이>와 같은 책에서 태어났다. 요즘 같은 시대엔 강한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무능력한 여성의 심리를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부를 만큼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이야기 소스임은 틀림없다. 2015년에도 유효할 스토리이니 말이다. 내년 3월13일 북미 개봉을 확정한 디즈니판 실사영화 <신데렐라>는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을 맡아 현재 후반작업 중이다. 익히 알려진 디즈니 애니메이션대로 발랄한 영화가 될 것 같다. 시나리오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각본가인 엘라인 브로시 매켄나와 <황금나침반> <뉴 문>을 연출한 크리스 웨이츠가 공동으로 썼다. 작가 크레딧만 봐도 소녀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에마 왓슨, 시얼샤 로넌, 알리시아 비칸데르, 가브리엘라 와일드 등 21세기의 공주들이 유리구두를 신으려고 했으나 구두는 결국 릴리 제임스의 차지가 됐다. <왕좌의 게임>의 리처드 매든이 왕자를 연기하며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계모 역은 케이트 블란쳇이, 요정 역은 헬레나 본햄 카터가 맡았다.

소년은 왜 어른이 되지 못했나

<피터팬>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가장 상징적인 캐릭터는 피터팬이 아닐까.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야말로 어린이들의 가장 궁극적인 이상형이니 말이다. 제임스 매튜 배리가 쓴 동화 <피터팬>은 1924년 동명의 무성영화가 최초의 각색작이다. 1957년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대히트를 친 뒤 각종 콘텐츠로 숱하게 만들어졌다. 올해만 해도 예정된 피터팬 프로젝트가 수두룩하다.

현재 시카고에선 뮤지컬 <피터 앤드 더 스타캐처>를 공연 중이다. 국내엔 <피터팬과 마법의 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데이브 배리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 피터가 어떻게 영원히 소년으로 살게 됐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프리퀄이며 디즈니에서 영화화를 추진 중이다. <NBC>에서는 12월부터 뮤지컬 드라마 <피터팬>을 방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피핀>으로 토니상 연출상을 수상한 다이앤 폴러스의 뮤지컬 <네버랜드를 찾아서>도 있다. 하비 웨인스타인의 첫 뮤지컬 프로젝트이며 마크 포스터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뮤지컬 넘버는 개리 발로가 맡았고, 타이틀롤 배리는 <글리>의 매튜 모리슨이 연기한다. 워너브러더스에선 조 라이트 연출로 영화 <팬>을 제작하고 있다. 신예 레비 밀러가 피터팬에 낙점, 검은수염은 휴 잭맨이, 캡틴 후크는 개릿 헤들런드가 맡았다. 타이거 릴리 역으로 최근 루니 마라가 합류했다.

앤디 서키스 감독의 동물 연출

<정글북>

사실 <정글북>은 모글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작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은 인간과 동물의 각양각색 생존기를 담은 일곱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글리는 이중 세편에만 등장한다. 다양한 버전으로 각색되었는데 1967년 디즈니에서 만든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가장 유명하다. 벵골호랑이 쉬어 칸의 습격에 부모를 잃은 모글리는 흑표범 바기라와 늑대 부부의 품에서 자란다. 몇년 뒤 사라졌던 쉬어 칸이 다시 정글로 돌아와 모글리의 목숨을 노린다.

<정글북>은 각각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에서 실사영화로 제작 중이다. 2015년 10월9일 공개 예정인 디즈니의 <정글북>은 존 파브로가 연출을, 이드리스 엘바가 호랑이 쉬어칸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키플링 원작에 기초했다는 워너브러더스의 <정글북>은 모션캡처 전문배우로 익숙한 앤디 서키스가 감독을 맡았다. 두 영화 모두 모글리와 쉬어칸의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이 활약할 것으로 보이는데 동물 캐릭터들은 모션캡처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둘의 대결에 이어 싸움을 끝낸 모글리가 정글과 인간의 마을 중 어디에 머무르게 될지도 관건이다.

찰리 브라운이 사랑받아온 이유

<피너츠>

<피너츠>의 찰리 브라운은 뭘 해도 되는 일이 없는, 늘 실패하는 아이다. 첫회부터 등장한 주인공임에도 애완견 스누피보다 존재감이 없다. 심지어 스누피는 찰리의 이름도 몰라 찰리를 그저 ‘둥근 머리의 아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무척 못하는 데다 찰리가 소속된 야구팀은 찰리가 투입되면 무조건 진다. 물론 찰리가 빠지면 이긴다. 하지만 누구보다 다정하고 끈기 있으며 세상 모든 평범한 아이들을 대표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주인공보다 유명한 스누피는 영리한 비글이라 글도 쓰고 운전도 할 줄 안다. 의지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귀로 하늘을 날기까지 한다.

2015년 11월6일 개봉하는 3D 버전 극장판은 <피너츠>의 65주년을 기념하는 영화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대중적인 신문 연재만화일 찰스 먼로 슐츠의 <피너츠>가 원작이다. 단순하고 명료한 만화 속에 날카로운 사회적 비판까지 함축하고 있어 다양한 세대에 걸쳐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극장판은 이십세기 폭스와 블루스카이 스튜디오가 찰스 먼로 슐츠의 아들들과 함께 제작하고 <아이스 에이지4: 대륙 이동설>의 스티브 마티노가 연출한다.

원작에 가까운 성인 버전

<인어공주>

많은 이들이 <인어공주>를 디즈니 버전의 스토리로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우연히 만난 에릭 왕자를 사모한 에리얼은 마녀 우슬라와의 거래로 목소리 대신 두 다리를 얻는다. 에리얼은 우슬라의 간계로 다시 인어가 되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된 왕자 덕에 우슬라를 물리치고 결혼에 성공한다. 무너져가던 디즈니사를 기사회생시킨 시리즈이며 세바스찬, 플라운더 등의 바다 친구들 캐릭터와, 이듬해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사운드트랙이 인상적인 영화다. 하지만 한스 안데르센의 원작은 사랑에 실패한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돼 죽음을 맞는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로 끝난다. 유니버설픽처스와 워킹타이틀이 함께 제작하고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하는 실사 버전 <인어공주>는 원작에 더 가까워질 것 같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각본가인 켈리 마르셀과 <셰임>의 각본가인 애비 모건이 썼던 시나리오를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가위손>의 시나리오를 쓴 캐롤린 톰슨이 다시 다듬는다. 짐작하자면 성인 관객의 취향에 맞게 조금 더 어둡고 몽환적으로 각색될 것 같다. <블링 링>으로 코폴라와 함께한 적이 있는 에마 왓슨이 인어공주 역에 거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 사랑스러운 외모만 놓고 보자면 더없이 적역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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