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예술영화: 시네필에겐 축복의 계절
2014-11-18
글 : 씨네21 취재팀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윈터 슬립>을 비롯한 예술영화

<윈터 슬립> Winter Sleep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 / 출연 할룩 빌기너, 드멧 아크백 / 개봉 2015년 2월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터키의 유명한 관광지 아나톨리아 반도의 카파도키아에서 아담한 호텔을 운영하는 아이딘. 그는 고정적으로 신문 지면에 칼럼을 싣는 칼럼니스트이며 터키 극장 문화에 대한 책을 저술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신중하면서도 근엄한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인근의 땅을 지닌 지주이기도 하다.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다. 세입자의 아들이 일부러 아이딘의 차 유리창을 깨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이딘은 이를 계기로 일종의 도덕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소년을 용서할 것인가,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소년의 행동이 불씨가 되어 한편의 도덕극이 완성되어간다. 기나긴 논쟁의 장면들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딘은 함께 사는 누이와 아내를 상대로 자주 그리고 길게 인간과 도덕과 사회에 대해서 논쟁한다. 유려한 풍광과 고뇌하는 인간을 껴안으려 한 터키의 유명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의 작품.

<리바이어던> Leviathan
감독 안드레이 즈비야긴체프 / 출연 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프, 엘레나 리야도바 / 개봉 2015년 1∼2월

러시아영화의 동시대 대변자 안드레이 즈비야긴체프의 신작. 주인공 콜리야에게 닥친 불행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콜리야는 아내와 아들과 단란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부패한 시의 시장이 멋진 풍광을 지닌 콜리야의 집을 부수고 거기에 자신의 별장을 짓고 싶어한다. 콜리야는 군대 시절 친구이며 모스크바의 성공한 변호사 드미트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불행은 또 다른 불행을 부른다. 러시아영화 특유의 장중함과 예상밖의 씁쓸한 블랙유머를 지닌 영화. “정의라는 감각과 지상에서의 신의 감각을 견뎌야 하는 시기”에 대해 그리고자 했다고 감독은 말했다.

<트라이브> The Tribe
감독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 출연 그리고리 페센코, 야나 노비코바, 로사 바비 / 개봉 2015년 1∼2월

듣지 못하는 세르게이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밖의 놀랍고 끔찍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위계와 체제를 만들어놓고 폭력을 휘두르고 매춘도 서슴지 않는다. 세르게이 역시 살아남기 위해 그 체제의 순응자가 되어간다. 하지만 그즈음 사랑하는 여인 안나를 만나게 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말없이 수화로만 진행된다. 감독은 자신의 기억과 주변에서의 경험담을 모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무성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했다.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 최대 화제작.

<투 데이즈 원 나잇> Deux jours, une nuit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장 뤽 다르덴 / 출연 마리옹 코티야르, 파브리지오 롱기온 / 개봉 12월24일

영화의 주인공 산드라(마리옹 코티야르)는 해고 직전에 놓여 있다. 회사는 그녀를 해고하는 대신 남은 동료들에게 1천유로씩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동료 중 일부는 그 돈을 받기를 포기하고 산드라가 남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떤 동료들은 그 돈을 바란다. 산드라의 운명은 그들의 투표로 결정날 예정이다. 그래서 산드라는 동료들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자신이 남을 수 있도록 표를 던져줄 것을 부탁한다. 문전박대에서부터 싸움까지, 혹은 믿음직한 도움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선처에 이르기까지 산드라를 대하는 동료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산드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의 제목 <투데이즈 원 나잇>은 산드라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동분서주하는 시간이다. 다르덴 형제는 최소한의 이야기만으로 긴박한 한편의 사회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 Clouds of Sils Maria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 출연 줄리엣 비노쉬, 크리스틴 스튜어트 개봉 12월18일

여배우 마리아 앤더스(줄리엣 비노쉬)의 현재 삶은 헝클어져 있다. 남편과는 이혼 소송 중이고 40대를 넘어선 그녀의 여배우 인생도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그즈음 한편의 연극에 출연 제안이 들어온다. 스무살 시절에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주었던 연극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하지만 마리아가 맡은 역할은 그녀가 젊은 시절에 맡았던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아니라 나이든 상사다. 마리아는 매니저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과 알프스 산맥 산장에 들어가 리허설을 시작한다. 스토리만으로는 간단한 이 영화는 오묘하면서도 애매한 삶과 예술의 접경으로 관객을 서서히 데리고 간다.

<버드맨> Birdman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 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에마 스톤, 나오미 왓츠 / 개봉 2015년 2월19일

20여년 전 원조 <배트맨>을 연기했던 마이클 키튼이 <버드맨>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것. 한 때 슈퍼히어로물 ‘버드맨’으로 명성을 얻었던 리건(마이클 키튼)은 현재 연극 연출가다. 하지만 연극은 잘되지 않고 사람들은 기껏해야 자신을 한물간 스타 정도로 여긴다. 마약 중독자 딸과의 가족 문제까지 겹치며 리건의 앞날은 캄캄하기만 하다. 영화는 리건의 이런 삶을 유머와 사건, 그리고 환상과 뒤섞어낸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화제가 된 바 있으며 미국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마미> Mommy
감독 자비에 돌란 / 출연 앤 도르발, 앙트완-올리비에 필롱, 수잔 클레망 / 개봉 12월 중

올해 칸을 들썩이게 한 소문 중 하나는 <마미>의 25살 감독 자비에 돌란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여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기록은 불발되었지만 그래도 그는 장 뤽 고다르와 함께 심사위원상을 가져갔다. <마미>는 과잉행동장애를 지닌 아들을 두었지만 그를 키우고 보호하려 애쓰는 엄마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들을 돕고자 나서는 친절한 이웃까지. <마미>는 그 두명의 엄마가 한명의 아이를 키우는 기이한 영화다. 돌란의 영화답게 돌출적인 인물들, 즉흥적인 리듬들, 화려한 색채감 등이 강조되고 있다.

<목숨>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죽음, 인공위성, 예술에 대해

올겨울 주목할 만한 다큐멘터리들

세편의 다큐멘터리에 주목해보자! 두편은 한국영화, 나머지는 외국영화다. 첫 번째는 <목숨>(감독 이창재, 개봉 12월4일). 영화는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의료진의 일상을 담담하게 담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지막 나날을 따뜻하게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두 번째는 <망원동 인공위성>(감독 김형주, 개봉 2015년 2월). 망원동에 살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씨, 자신만의 힘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겠다는 그의 이야기다. 세 번째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감독 존 말루프, 찰리 시스켈, 개봉 2015년 1∼2월). 우연히 발견된 뛰어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그녀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삶과 예술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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