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그때 그 시절이 그립나요?
2015-03-05
글 : 송경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영화제 상영영화에 대한 사전심의 면제 조항의 개정을 거론 중이다. 제한적으로나마 숨통이 틔었던 해방구까지 틀어막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번지고 있다. 검열의 잣대와 기준은 그때그때 달랐건만 그 의지만큼은 참으로 한결같다. 표현의 자유마저 유행 따라 1990년대로 돌아가려는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검열과 탄압의 역사를 훑어봤다. Back to the 90’s!

1990 한국영화감독위원회가 공연윤리위원회 철폐와 민간자율심의기구 구성을 주장한다.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가 심의 과정에서 25분13초를 삭제당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재심 끝에 1993년 개봉했다.

<크래쉬>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에릭 쿠의 <면로>, 료스케 다카하시의 <침묵의 함대> 등을 문제 삼아 심의의 압박을 가한다. 개막작 <크래쉬>가 영화 관계자, 기자, 평론가에만 공개된다는 조건으로 무삭제 상영을 하기로 했지만 10분 정도 무단삭제된 작품이 상영되며 논란이 된다.

1996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크래쉬> 상영 문제로 반발이 일어난다.

1996.10 헌법재판소로부터 영화 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는다. 사실상의 상영금지인 등급보류제도가 생겨난다.

1997.10 공연윤리위원회가 해체되고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명칭을 바꾼다. 1998년 등급보류 폐지와 제한상영관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영화진흥법 개정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1999.4 <노랑머리>가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부터 사상 첫 등급부여 보류 판정을 받는다.

1999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한다.

2001.8 <둘 하나 섹스>가 등급분류제도 위헌 판결을 받는다. 1999년 9월 등급보류 결정을 받아 개봉이 불투명했던 <둘 하나 섹스>가 냈던 헌법 소원의 판결로 인해 법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이후 상영등급 거부(타 법에 저촉될 시에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라는 독소 조항이 빠진 대신 제한상영가 제도가 신설됐다.

2002.7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는다.

<죽어도 좋아!>

같은 해 11월 3차 등급 심의 결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으며 3개월간의 논란이 일단락된다.

2005 외국영화 수입 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추천을 받도록 한 구(舊) 음반 비디오 및 게임에 관한 법률 16조 1항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내려진다.

2006 영화진흥법이 폐지되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로 법령이 변경된다.

2008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의 <천국의 전쟁>의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에 대한 헌법 불일치 판결이 내려진다.

2009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던 존 카메론 미첼의 <숏버스>가 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극장 상영을 한다.

2009.7 영진위 4기 강한섭 집행위원장이 잦은 불협화음을 내며 1년2개월 만에 중도하차한다.

조희문 집행위원장은 201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채용비리에 연루되며 구속수감된다.

2009.9 조희문 영진위 집행위원장이 임명된다. 영진위 마스터영화제작 지원사업 첫 공모에서 이창동 감독의 <시>에 소설 같은 형식이라는 이유로 0점을 줬다. 이후 <시>가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 운영자 선정공모 과정에서 미디액트를 탈락시키고 특정 단체를 밀어주었다는 특혜 의혹이 일어난다. 2010년 5월 13개 국내 영화인단체가 조희문 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다.

2010.11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에 개입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조희문 영진위 집행위원장이 해임된다.

<뫼비우스>

2013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뫼비우스>는 문제가 된 장면을 자진삭제 후 3분이 줄어든 버전으로 재심의를 받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는다.

2014 2011년 3월 취임한 김의석 위원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2014년 3월 퇴임한다. 이후 2015년 1월 김세훈 위원장이 취임할 때까지 1년 가까이 공백이 이어진다.

2015.1.10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영화제 등급분류 면제추천 조항에 대한 일부 조항 개정 의사를 밝힌다.

2015.2 국내 50개 영화단체들은 영진위의 등급분류 면제추천 개정 방침에 대해 일제히 반대성명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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