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소매접기가 그렇게 유행할 줄이야
2015-08-04
글 : 윤혜지
사진 : 박광희 (사진기자)
<스트롭 에지> 히로키 류이치 감독

‘짝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 소녀를 그린 사키사카 이오의 인기 순정만화 <스트롭 에지>가 영화화됐다.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원작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손에서 좀더 현실감을 얻었다. 일본의 주목받는 신예 후쿠시 소타와 아리무라 가스미가 각각 주인공 이치노세 렌과 기노시타 니나코를 연기했고 일본에선 화이트데이에 개봉한 직후 오랫동안 순위권을 지키며 20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흥행작이다.

-최근 <노란 코끼리>(2013), <가부키초 러브호텔>(2014), <남자의 일생>(2015) 등 소설과 만화의 영화화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영화계는 상당히 보수적이라 일정 정도의 흥행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를 원한다. 이번에도 프로듀서가 <스트롭 에지>와 <아오하라이드>(같은 작가의 또 다른 인기작)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는데 스토리가 더 단순하고 ‘순정만화’다워서 <스트롭 에지>를 골랐다. 짝사랑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심경의 변화가 흥미로웠고 현재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려는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 중요한 공간인 전차는 따로 빌릴 수 없어서 실제 운행 중인 전차가 역에 몇초간 머무는 동안 스피디하게 촬영하느라 긴장감이 넘쳤다.

-영화가 개봉한 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베돈’(남자가 한쪽 손으로 벽을 짚고 여자를 감싸듯 마주보는 것), ‘소매접기’(남자가 여자의 등 뒤에서 여자를 감싸며 옷소매를 걷어주는 것)가 크게 유행했다.

=소매를 접어주는 게 그렇게 반향이 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웃음) 하도 유행이라 창피할 것 같아서 후쿠시 소타에게 “가베돈은 하지 말자”고 얘기했는데 어쩌다보니 그냥 넣게 됐다. 내 생각과 달리 원작의 독자들과 우리 프로듀서들은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의외로 영화는 풀숏이나 바스트숏을 많이 써서 단순한 구도로 연출해 감정을 절제했다.

=현실적인 분위기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니나코, 렌, 안도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압축했다.

-최근 한국에서 IPTV를 통해 개봉한 <가부키초 러브호텔>은 감독의 초기작을 연상시키면서도 다정하고 부드러운 드라마다.

=<바이브레이터>(2003), <부드러운 생활>(2006)의 시나리오를 쓴 아라이 하루히코 작가의 소설에서부터 기획됐다. 나는 신주쿠 가부키초에 애착이 많다. 가부키초에서 성장했고, 영화를 만들었고,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싸움도 하고, 여자들에게 많이 속기도 했던 곳이다. (웃음)

-다음 프로젝트는 뭔가.

=<가부키초 러브호텔>에서 콜걸 관리자로 출연한 배우 다구치 도모로가 연출한 <피스 오브 케이크>에 ‘히로키 류이치 감독’ 역할로 출연한다. 연말쯤 순정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을 하나 더 시작할 예정이고 다른 작품 <남자의 일생>은 현재 유럽의 영화제를 돌고 있다. 8월엔 후쿠시마와 도쿄를 소재로 쓴 소설 <그녀의 인생은 틀리지 않다>도 출간한다. 내년에 영화화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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