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영화는 해마다 선정이 어려워진다. 올해 역시 양적인 증가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손색없는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되며 평자들의 선택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순위에 여러 영화를 꼽는 경우가 늘어난 것에서 한편이라도 더 알리고 싶은 평자들의 곤혹스러움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1위만큼은 독보적이었다. 대다수의 평자들이 <자객 섭은낭>을 1위로 꼽으며 2위와 큰 격차를 보였다. 2위 <캐롤>도 많은 평자들이 2위로 꼽으며 안정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평자들의 개별 1, 2위와 전체 1, 2위가 거의 유사한 결과로 이어진 한해였다. 3위부터 5위까지는 박빙의 경쟁을 보이며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3위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과 4위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현 시국과 연관된 평가가 주를 이뤘는데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시의성에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다가오는 것들>은 상위권으로 뽑은 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많은 평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어 5위에 선정됐다.
6위 이하의 영화들은 1위부터 5위까지의 그룹과 다소 큰 격차로 구분된다. 6위부터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평자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헤이트풀 8>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마스터피스”(김현수)라는 격찬과 함께 강력한 지지를 보낸 평자들 덕분에 6위를 차지했다. “타란티노 유희 정신의 원숙한 정점”(김혜리)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로 상반기에 개봉되었음에도 고른 관심을 받았다. 7위에 오른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 리틀 자이언트>다. “거의 완전체에 가까운 고전영화의 적자”(김영진)인 스필버그에 대한 지지가 고스란히 영화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아동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지만 “동심은 짐작보다 훨씬 심각하게 탐구되어야 할 영화예술의 키워드임을 상기시키는 영화”(김혜리)다. 8위는 <사울의 아들>에 돌아갔다. “진실의 재료인 사실을 캐기 위해 영화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에 대한 한쪽 끝에서의 대답”(송형국)이라 할 만한 영화다. 데뷔작이라고 믿을 수 없는 라슬로 네메시 감독의 완성도 높은 연출은 물론 민감하고 다루기 어려운 소재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용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9위는 데이비드 매켄지 감독의 <로스트 인 더스트>다. “황량한 현대의 서부극”(이화정)인 이 영화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노련한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여준 장르영화”(듀나)란 평가를 이끌어냈다. 미국의 현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주제와 형식미의 결합이 돋보였다는 반응이다. “미국 이민사를 어루만지는 영화이자 올해의 캐릭터영화”(김현수)인 <브루클린>은 10위에 올랐다. 시얼샤 로넌이 터닝 포인트라 해도 좋을 만한 연기를 선보인 이 영화는 “머무름과 떠남, 낯섦과 익숙함 사이에서 늠름하게 결정내리는 캐릭터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님”(송형국)을 증명한다. 그 밖에 <라라랜드> <유스> <스포트라이트> <내셔널 갤러리>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언급되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개봉 시기, 장르, 국적은 물론 거장, 신예 관계없이 다양한 선택이 이뤄져 다시금 풍성함을 증명한 한해였다.
외국영화 10선
1. <자객 섭은낭> 2. <캐롤> 3.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4. <나, 다니엘 블레이크> 5. <다가오는 것들> 6. <헤이트풀 8> 7. <마이 리틀 자이언트> 8. <사울의 아들> 9. <로스트 인 더스트> 10. <브루클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