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과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2016-12-19
글 : 송경원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중견감독과 신인감독의 호흡이 어우러진 한해였다. 1위를 차지한 <아가씨>의 독주에 뒤이어 2위 <곡성>, 3위 <비밀은 없다>에 대한 고른 지지가 이어졌는데, <아가씨>는 언 급 횟수는 물 론 1순위로 꼽은 평자들이 많아 이견의 여지없이 올해의 영화로 꼽혔다. <곡성>과 <비밀은 없다>는 각각 상위권으로 꼽은 필자들의 지지가 갈리며 순위가 결정됐다. 4위 <아수라>와 5위 <우리들>, 6위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우리들>과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지지를 보낸 평자의 수에서 앞섰지만 높은 순위로 선정한 필자들의 강력한 지지 덕분에 <아수라>가 4위에 안착했다. 5위권까지를 살펴보면 박찬욱, 김성수, 나홍진 등 중견감독의 반가운 귀환과 함께 이경미, 윤가은 등 여성감독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여성감독의 영화가 5위권에 2편 포함된 것은 무려 15년만의 일이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 6위에 선정된 것도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그만큼 개성 넘치는 영화들이 각자의 색깔을 뽐내며 한국영화를 풍성하게 장식한 한해였다는 방증일 것이다. “반성과 행복에 거는 희망을 정면으로 말하는 홍상수 영화”(김혜리)이자 “루이스 브뉘엘이 야릇한 미소를 지을 것 같은”(한창호) 이번 영화에 대한 지지는 꾸준히 이어졌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에 꼽은 필자가 적어 6위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홍상수는 한국에서 여전히 가장 앞서 있는 독립예술영화감독”(김영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번 영화 역시 “여전히 그가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만족스럽고도 겸허한, 예술적 창작자임을 증명한다”(이지현). 7위를 차지한 <동주>에 대해선 “상업적으로 취할 수 있는 부가가치들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 이 영화의 가치를 높인다”(이지현)는 지적처럼 기존에 취해오던 색깔을 벗어나 흑백의 화면으로 고아한 심상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 많았다. 윤동주와 그의 시가 하나였듯 내용과 형식이 합치되는 영화를 두고 이준익 감독의 최고작으로 꼽겠다는 의견이 다수 눈에 띄었다.

“한국 교육의 병폐를 단순히 지적하는 게 아니라 원인과 결과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김성훈) 정지우 감독의 <4등>은 8위에 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기획된 영화에 감독 개인의 스타일이 배어든 성취가 빛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감독의 독특한 감수성과 분노가 냉철한 연출 안에 살아 있다. 정지우 감독에 대한 기대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멈출 수 없는 이유”(김혜리)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9위 <밀정>은 “장르영화 팬으로서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모두 모여있는, 김지운 감독의 야심이 느껴지는 영화”(김현수)라는 평이다. 10위의 <우리 손자 베스트>는 “올해 유일의 독립영화”(김영진)라는 명쾌한 설명처럼 독립영화가 갖춰야 할 개성과 거친 에너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았다. 그 밖에 <연애담> <자백> <최악의 하루> 등이 놓칠 수 없는 영화로 거론됐다. 거장들의 굵직한 작품부터 규모에 상관없이 자신의 색을 지켜나가는 독립영화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한해였다.

한국영화 10선

1. <아가씨> 2. <곡성> 3. <비밀은 없다> 4. <아수라> 5. <우리들> 6.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7. <동주> 8. <4등> 9. <밀정> 10. <우리 손자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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