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⑦ <살렘의 남서쪽: 샌 안토니오 4인방 이야기>
2017-05-22
글 : 송경원

<살렘의 남서쪽: 샌 안토니오 4인방 이야기> Southwest of Salem: The Story of the San Antonio Four

데보라 에스퀘나지 / 미국 / 2016년 / 91분 / 퀴어 레인보우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샌 안토니오의 4인방’이라 불리는 여성들에게 가해진 마녀사냥식의 재판은 확증편향, 다시 말해 편견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샌 안토니오에 살던 엘리자베스 라미네스, 카산드라 리베라, 크리스티 메이휴, 애나 바스케스 네 사람은 오랜 친구 사이였다. 1994년 라미네스의 조카딸 두 사람이 이들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술과 마약을 한 네 사람이 라미네스의 집에서 추행을 저질렀다는 피해자쪽의 주장은 별다른 검증이나 이의 제기 없이 받아들여졌다.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네 사람이 모두 동성애자였기 때문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이들의 호소와 지인들의 증언,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당시의 정황을 차곡차곡 담아간다. 특히 과학적 증거의 기반이 된 켈로그 박사의 왜곡된 증언이 사실로 변해가는 과정이 적지 않은 충격을 안긴다. 우리가 객관적, 과학적이라 믿어온 것들이 편견과 증오 앞에서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참극은 결국 네 여성이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산 뒤에야 무죄로 밝혀졌다. <살렘의 남서쪽: 샌 안토니오 4인방 이야기>는 과학적 증거마저 비트는 편견의 어두운 면모를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의 연대의 힘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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