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① <스푸어>
2017-05-22
글 : 장영엽 (편집장)

<스푸어> Spoor

아그네츠카 홀란드 / 폴란드, 독일, 체코, 스웨덴, 슬로바키아 / 2017년 / 128분 / 개막작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폴란드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신작 <스푸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이 작품에는 ‘에코 페미니즘 스릴러’라는 독특한 수식어가 적합할 듯하다. 체코와 폴란드의 경계에 위치한 작은 산골 마을에 사는 한 노년 여인이 주인공이다. 그녀의 이름은 두셰이코. 마을에서 기간제 영어교사로 일하는 두셰이코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점성술의 힘을 믿는 여자다. 그녀가 사는 마을에서는 야생동물 사냥을 위한 총성이 늘 울려퍼지는데, 어느 날부터 사냥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숲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사냥꾼들의 곁에는 자연과 동물의 흔적뿐이다(영화의 제목 ‘스푸어’(spoor)는 동물이 지나간 자취를 뜻한다). 두셰이코는 인간들에게 당하고만 살았던 자연과 동물들이 반격에 나섰다고 생각한다.

범죄 스릴러 영화의 서사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범인의 정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회에서 변방으로 밀려났던 존재들이 연대와 공감을 통해 어떻게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고 지켜내는지에 주목할 만하다. 또한 <스푸어>는 어떤 커뮤니티에서든 빈번하게 일어날 법한 모든 폭력에 대한 저항의 영화이기도 하다. 경찰과 신부 등 마을의 기득권층이 행동으로, 언어로 행해왔던 여성과 가족, 자연과 동물에 대한 폭력은 놀라운 방식으로 응분의 대가를 치른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존재들이야말로 누구도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다. 사회 속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아그네츠카 홀란드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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