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주가 맺어준 인연④] 마쓰이 다이고 감독 - 가슴 떨리던 그 순간을 되찾았다
2018-05-16
글 : 임수연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아이스크림과 빗방울>

<아이스크림과 빗방울>(2018)은 74분의 러닝타임을 실제 원컷으로 찍어낸 도전적인 작품이다. 흥행성이 없다는 이유로 윗선의 일방적인 공연 취소 통보를 받은 배우들이 어떻게든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1개월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젊은 감독과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에너지가 연극과 영화의 경계를 흥미롭게 허문다. “영화답지 않은 영화, 연극답지 않은 연극 같은 것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남다른 신념을 갖고 영화·연극·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마쓰이 다이고 감독을 전주에서 만났다.

-사이먼 스티븐의 <모닝>을 연극 무대에 올리려 했다가 좌절된 실제 경험을 녹여냈다.

=영화에도 출연하는 힙합 가수 모로하(MOROHA)의 래퍼 아프로와 친구다. 갑자기 연극이 엎어진 데 대한 불만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원래 아프로와 나는 음악다운 음악, 영화다운 영화라는 개념에 저항감을 갖고 있었다. 아프로는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분노가 시간이 흘러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상황인지, 배우들이 연습하는 연극의 일부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많다.

=이 작품은 연극도 영화도 라이브도 아닌 모호한 구석이 많다. 나 역시 제작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 거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 감정과 부딪쳐서 끝까지 도달하고자 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경계를 구분 짓지 않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 중에는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고.

=<모닝>의 장면을 발췌해서 오디션을 봤다. 단시간 안에 감정 변화가 많은 장면도 있었다. 그게 가능한 사람을 뽑으려고 한 게 아니라 어려운 신에 대응하는 태도를 보고 싶었다. 메인 주인공인 모리타 고코로는 400명 중 유일하게 그 감정 신을 해냈다. 다나카 레이코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를 했는데, 순수하게 대사를 내뱉을 줄 알더라.

-주말까지 총 네번 촬영했고, 영화로 쓰인 것은 네 번째 테이크다.

=현장에 돌발 상황이 정말 많았다. 가령 러닝타임 30분이 지났을 때 배우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거리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차가 어디서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세 번째 촬영 중에는 갑자기 비도 왔다. 촬영 여건상 일요일까지만 촬영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촬영 때는 비가 와야 하는 순간에만 내리고 그쳐야 할 순간에는 딱 그치더라. 영화의 신이 우릴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초기작 <아프로 타나카>(2012), <남자 고교생의 일상>(2013)은 젊은 남성이 주인공이었다. <재패니즈 걸스 네버 다이>(2016)를 비롯해 최근에 유독 젊은 여성이 메인인 작품이 많다.

=옛날에는 여자가 무서웠다. 그들을 잘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남자 캐릭터에 집중하게 됐다.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더라. 여성의 생각을 들으며 우리가 몰랐던 것을 표현하다보니 점점 알아가는 재미가 생겼다. 그런데 차기작은 다시 남자들이 주인공이다. (웃음)

-어떤 작품인가.

=한국 여자를 10년 동안 사랑해온 세명의 일본 남자가 있다. 그들은 여자가 좋아하는 인물, 예컨대 브래드 피트처럼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 여자 역할은 배우 김꽃비가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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