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소년>(2018)의 주인공 토마는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마약 중독 때문에 삶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외딴 산골 공동체는 몸을 회복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은 토마를 연기한 배우는 프랑스 출신인 앙토니 바종이다. 금단 증상 때문에 폭발 일보 직전의 모습부터 온화한 얼굴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솜씨가 신인답지 않게 노련하고, 그래서 놀랍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앙토니 바종에게 남우주연상을 건넨 이유일 것이다. 신작 준비 때문에 4~5kg 감량해 홀쭉해진 앙토니 바종을 만났다.
-토마는 어떤 면에서 공감이 되던가.
=토마는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나 또한 배우로 성공하지 못할까봐 불안하다. 그런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 한 영화에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시나리오가 드문데 이 시나리오는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어떤 준비를 했나.
=힘든 촬영이 될 거라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매일 체력을 단련했다. 또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토마의 과거를 상상하며 준비했다.
-당신이 만들어낸 토마의 전사가 궁금하다.
=어린 시절부터 어렵게 살았을 것이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 애정결핍이 있고, 결국 버림받아 다른 가족과 살았을 것이다. 12살 때부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다가 급기야 마약에 손을 댔을 것이다. 이후 10년 동안 이런 악순환이 반복됐을 것이다.
-마약 중독으로 인한 예민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감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마약을 한 적은 없지만 나 또한 토마처럼 폭발할 듯 말 듯한 상태일 때가 많다. 그걸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
-수녀에게 거짓 고백을 했다가 뺨 맞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독일 배우 한나 쉬굴라가 수녀를 연기했는데.
=그는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끈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페르소나로 널리 알려진 배우다. 대배우가 연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다. 한나 쉬굴라가 내 뺨을 살짝 건드려서, 세게 때려달라고 요청했더니 정말 세게 때리는 바람에 굉장히 아팠다. (웃음)
-배우가 된 계기를 말해달라.
=어린 시절 <라이온 킹>(1994) 같은 디즈니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이후 많은 영화를 보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힘든 노동 일을 하시고, 주변 환경이 영화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까닭에 혼자 인터넷에서 오디션을 찾아다녔다. 처음에는 거절을 많이 당했지만 점점 많은 역할을 맡게 됐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이 앞으로 연기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사실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상을 받은 덕분에 많은 감독님들이 내 연기를 신뢰하게 되었고, 앞으로 원하는 역할을 맡기가 수월할 것 같다. 이미 여러 차례 다음 작품의 출연 제안을 받았다. 앞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