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주가 맺어준 인연⑪] 이희준 감독 - 나 자신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2018-05-16
글 : 김현수
사진 : 백종헌
<병훈의 하루>

배우 이희준은 잠시 잊자. “어느 날 문득,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다”고 그는 말한다. 원치 않는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강박장애를 앓고 살아가는 주인공 병훈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단편영화 <병훈의 하루>(2018)는 이희준의 연출 데뷔작이다. “주변에 연출해보겠다는 이야기도 전혀 안 했다. 일단 부끄러웠고. (웃음) 내 진심을 정직하게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불안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 병훈은 감독 자신의 고민도 담겨 있는 인물이다. “강박장애를 앓는 이들의 사연을 듣고 자료를 구해보니 대부분 자기 안에 갇혀서 처지를 비관하더라. 그들이 영화를 보고 공감을 얻게 되면 그것만으로 큰 위로가 될 것 같았다.”

넉넉한 예산을 갖고 진행되는 현장이 아니다 보니 제작 규모도 본인이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조촐하게 스탭을 꾸려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의 진심을 알아주는 이들이 주변에 많았다. 경험상 “카메라앵글을 찍히는 느낌 정도만 알고 있지 사이즈를 선정하는 등의 구체적인 테크닉은 잘 모르는” 채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박병규 촬영감독을 집으로 데려와 강제합숙을 하며 기획 회의를 했다”고 한다. 영화 현장경험이 있는 소속사 매니저는 프로듀서를 맡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부모님이었다. “극중 목소리 출연을 하셨다. 후반부에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직접 목소리 출연을 해주셨다. ‘아니, 엄마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요? 다시 해보세요.’ 그러면서 한 50번쯤 하니까, 나중에는 힘들어하시더라. (웃음)”

이희준 감독은 <병훈의 하루>에서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새삼 느낀 것도 많았다고 한다. “감독이다보니 내가 원하는 연기를 내가 가장 잘 알겠더라. 반면에 그 이상은 절대 하지 않는 단점이 있었지만. (웃음)” 연출을 하고 난 뒤에 다른 촬영현장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나는 배우의 언어를 아는 사람이니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 사이의 통역자 역할이 되더라. 신기했다.” 촬영장의 변수인 날씨의 위력도 실감했다. “이제는 현장 가서 비가 내리면 속으로, ‘오늘 4천만원 손해봤네, 어떡하니?’ 이런다.” 직접 예산을 짜보니 현장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신경 쓰일 정도로 “모든 게 이전보다 더 소중해졌다”고.

험난한 하루를 마친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끝맺는 영화는 이희준 감독이 “내 실수를 내가 인정하고 맘에 들이 않는 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마지막 대사는 무명 시절 오디션 보러 다닐 때의 나를 위로하며 중얼거리던 말이었다. 그 위로의 대사로 영화를 끝맺고 싶었다.” 앞으로도 연출은 꾸준히 도전해볼 생각이지만 “스트레스 받고 싶지는 않다”고. 천천히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감독 이희준의 다음 작품도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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