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주가 맺어준 인연⑥] 정의신 감독 - 재일 교포의 삶, 더 이야기되어야 한다
2018-05-16
글 : 김성훈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야키니쿠 드래곤>

영화 팬들에게 정의신 감독은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1993)와 <피와 뼈>(2004) 등 최양일 감독의 영화 두편의 각본을 쓴 시나리오작가로 유명하다. 연극 팬들에게 그는 <쥐의 눈물> <푸른 배 이야기> <야키니쿠 드래곤> 등 많은 희곡을 쓰고, 연극을 연출한 연극연출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보다 연극쪽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한 그가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 <야키니쿠 드래곤>(2018)은 지난 2008년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무대에 올린 동명의 연극을 각색한 작품이다. 고도성장기의 1969년 일본을 배경으로, 한인 집단 거주지에서 야키니쿠 드래곤이라는 이름의 곱창가게를 운영하는 용길(김상호) 가족을 그린 이야기다. 개막작으로 선정돼 전주를 찾은 정 감독은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많이 긴장된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연극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뭔가.

=일본에서 무려 세 차례 공연할 만큼 관객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연극은 횟수가 제한돼 있으니 영화로 만들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고민했나.

=사위 데쓰오까지 포함해 일곱 식구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희곡을 먼저 썼던 까닭에 각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희곡은 기타미 지역에 자리한 비행장 근처에 사는 재일 교포들을 취재한 사연과 내 아버지의 경험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어린 시절 생각도 많이 났을 것 같다.

=용길이 “내가 국유지 땅을 샀다”고 외치는 영화의 후반부 장면은 실제로 아버지가 했던 행동이다. 요즘 습관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 집이 세계의 전부인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웃음)

-국유지 강제 철거 문제는 지금도 반복되는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인데.

=일본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던 1969년에 오사카만국박람회 개최 때문에 한인들의 집단 거주지들이 많이 사라졌고, 지금도 재일 교포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화려했던 시대에도 어두운 곳에 그들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일곱 식구가 지지고 볶는 풍경이 지긋지긋하면서도 정겹더라.

=굉장히 힘든 환경이지만 그 안에는 힘듦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있었을 것이고, 힘들기 때문에 많이 울기도 했을 것이다. 요즘은 가족의 소중함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지 않나.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가 그 시대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용길과 영순을 연기한 배우 김상호, 이정은은 어떤 인연으로 함께 작업하게 됐나.

=한국 배우가 필요해 누가 좋을지 직원들과 상의했고, 두 배우를 추천받았다. 둘을 일본에 데려와 어떤 영화인지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배우가 함께 작업한 현장은 무척 즐거웠다.

-재일 조선인의 삶을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가 뭔가.

=내가 재일 교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 역사에는 어두운 부분이 있고, 그 안에 재일 교포와 이름 없는 일본인들이 있다. 누군가는 그들도 일본 역사에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첫 영화를 연출한 감회가 어떤가.

=무대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연극쪽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영화인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만든 일본영화학교를 나왔고, 쇼치쿠에서 미술 조수로 일하기도 했다. 어쩌다보니 연극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셈이다. 영화를 만들 수 있어서 매우 기쁘고, 선택받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신이 나를 영화로 이끌어준 게 아닌가 싶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