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주가 맺어준 인연⑩] 하인츠 에미히홀츠 감독 - 영화와 건축은 닮은 점이 많다
2018-05-16
글 : 임수연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두 개의 대성당>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

“영화란 기억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하나의 구조물을 머릿속에 짓는 과정이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의 주인공인 하인츠 에미히홀츠 감독에 의하면 영화와 건축은 근본적으로 유사하다. 올해의 전주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영화 두편 역시 건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2017)는 건축과 풍경을 주제로 한 4부작 시리즈 ‘스트리트스케이프’의 마지막 작품이다. 트라우마 전문가인 외상 심리학자 조하르 루빈스타인과 나눈 대화가 영화의 재료가 됐다. <두 개의 대성당>(2018)은 신교 그룬트비그 교회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의 성당을 병치시키는 시도를 했다. 그가 마스터 클래스로 한국의 관객을 만나기 몇 시간 전,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의 ‘대화’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조하르 루빈스타인과 당신이 나눈 실제 대화이면서 건축과 영화 사이의 대화를 의미한다. 건축과 카메라워크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연결시키려고 했나.

=카메라는 영화의 언어를 정의하는 역할을 하고, 촬영은 영화의 중심인물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대화 장면도 다양한 앵글로 여러 번 찍는 게 아니라 항상 새로운 프레임으로 촬영했다. 카메라의 이동이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이야기가 예상되지 않고, 관객은 시각적으로 계속 집중할 수 있다.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에서 우루과이의 건축가 엘라디오 디에스테의 건축물이 등장하는 것처럼, 특정 건축가나 건축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찍었다. 어떤 기준에서 건축가와 건축물을 선택하나.

=아주 유명한 건축가보다는 토목공학이나 덜 알려진 쪽에 관심이 많다. 엘라디오 디에스테 역시 아주 알려진 건축가는 아니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 사는 지인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두 개의 대성당>의 경우 덴마크의 건축학 교수인 지인이 신교 그룬트비그 교회 사진을 보여준 것이 계기가 됐다.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는 물론 <두 개의 대성당>에서도 일관되게 발견되는 감독의 관점이 있다. 고정된 이미지들의 결합이 머릿속에서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의 몽타주 미학이 연상되는데.

=단일의 이미지를 결합한다는 점에서 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지가 베르토프 감독, 사진작가 알렉산더 로드첸코, 그리고 보리스 카우프만 촬영감독이다. 그들에게 두개의 다른 것을 병렬적으로 구성한 다음 서로 이어나가며 의미를 만드는 미학을 배웠다. 가령 <두 개의 대성당>의 경우 신교와 가톨릭, 남부와 북부, 이탈리아와 덴마크, 그리고 생동감 있는 활동적인 공간과 조용한 공간을 병렬적으로 배치했다. 내가 에이젠슈테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좋아하는 영화가 한편 있다. <멕시코 만세!>(1979)라는 미완성의 작품인데, 정말 환상적인 카메라워크를 보여준다.

-‘사진과 초월’이라는 당신의 연작 시리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진처럼 정지된 이미지를 영화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나.

=언뜻 보면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공기는 물론 소리까지 계속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렇게 시간의 한 조각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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